통일정책/「흡수」 배제속 경협에 치중/우리정부의 「김정일시대」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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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17 00:00
입력 1994-07-17 00:00
김일성사망후 우리정부의 통일정책은 기본적으로 「3단계 통일방안」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이다.
김일성주석이 죽고 그 아들인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했다고 해서 한반도의 「통일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일원이 15일 워커힐호텔에서 비공식적으로 개최한 「김정일체제 등장에 따른 정책변화 전망과 대책방향」 워크숍에서도 이 점이 확인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북한전문가들은 『우리의 통일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김일성이 사망했다고 해서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뒤 자제해오던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재개하고 우리측의 조문논란을 부추기는 행태등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통일의 원칙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주로 김일성의 대남전략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김일성에 대한 불신때문에 우리의 대북정책은 수세적이고 때로는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줬다.
김일성보다 개방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김정일이 등장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보다 실용적으로 경협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또 우리측이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성을 띨 것으로도 여겨진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이 내부적인 요인으로 급격히 붕괴되는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나라안팎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일체제가 단명으로 끝나고 북한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거나 심각한 내란에 빠져드는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우리로서는 한반도가 급격한 혼란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가 안정을 유지하도록 가능한한 지원을 하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등 열강들의 긴밀한 움직임도 예의 주시,이들을 주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있다.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등 4개국은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는데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반드시 남북한의 통일을 원한다거나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긴요한 것은 물론 이들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통일에 유리한 한반도 주변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매우 어렵지만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현재 남북간에는 통일에 대해 하나의 묵시적 합의가 서있는 것 같다.
그것은 서로 흡수통일은 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북한이 대남적화통일의 야욕을 완전히 버렸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그러나 북한의 지배층은 남한을 흡수할 능력도 없고 흡수한뒤 통치할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하고 있다.
우리측도 김영삼대통령이 『흡수통일은 하지 않겠다』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교류를 확대해나가는 방식이 남북 양쪽에 모두 이익이 되는 통일방식이 될 것이다.<이도운기자>
1994-07-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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