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호칭」/「당중앙」→지도자동지→위대한 수령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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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12 00:00
입력 1994-07-12 00:00
◎64년이래 총30여개… 「화려한 수사」 일색

「우리 당과 인민의 영명한 수령이시며 우리 모두의 운명이시고 자애로운 스승이신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자주시대의 위대한 태양」「인류가 낳은 걸출한 영웅」….

자신의 아버지 김일성에 이어 북한 정권 두번째 수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김정일.그에게 그동안 주어진 숨가쁠 정도의 길고 화려한 수사로 다듬어진 숭배의 호칭들이다.

세습후계자 김정일을 떠받쳐온 호칭은 30여개.김일성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에게 붙인 그것을 시차를 두고 물려받거나 재가공해 덧입힌 호칭의 변화과정은 64년 김정일이 김일성 대학을 졸업하면서 시작된 후계작업 30년 역사 그자체로,권력이양의 독도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2∼3년간 등장하기 시작한 「아버지」「수령」등의 호칭은 김정일에 대한 권력승계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고 특히 김일성 사망 이틀째인 10일 북한 중앙방송에서 나온 「위대한 수령」이란 칭호는 현재까지 「별 무리없이」 북한 정권의 정점에 김정일이안착하고 있음을 내외에 보여주는 증거인 것이다.

김일성대 졸업후 비공식적으로 후계자수업을 받은 김의 첫 직책은 당 조직사업부 지도원.이후 과장 부부장 부장을 거쳐 당 비서직을 맡게되며 이 직책에 맞게 73년까지 불리게 된다.별다른 수식어가 붙었다는 보고는 없다.62년 김일성이 어느덧 남한에서도 익숙한 「경애하는 수령」이라는 개인 우상화차원의 호칭을 처음 붙인 것에 비추어 볼때 당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권력정지 작업이 한창이었던 70년대의 대표적 호칭은 「당중앙」.김정일이 노동당의 양대 기둥인 조직및 선전선동 비서국을 장악한 73년 9월 당중앙위 제5기 전원회의 직후 처음 사용됐고 이후 80년대까지 가장 흔히 쓰인 호칭이다.그의 생일 2월16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75년에는 「유일한 지도자」가,77년에는 「당중앙」이 우세한 속에 「영명하신 지도자」「경애하는 지도자」등이 등장했다.

김정일에 대한 호칭이 질적으로 변화한 것은 80년대 들어서다.80년의 10월 제6차 당대회서 당정치국 상무위원과 당군사위 위원에 오른 3년뒤인 83년 2월 41회 생일을 계기로 「당중앙」대신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자리잡았다.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 호칭은 북한 주민들사이에 「친지동」이란 비꼬는 말로 쓰인다.

실제 김정일은 91년 12월 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했음에도 8년전인 83년 5월 「최고사령관」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군의 영향력 강화를 의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칭을 통한 미화는 「언어창작」을 넘어서 항일빨치산이 백두산의 나무에 새겨놓았다는 「구호나무」의 역사날조에 까지 이어진다.북한은 87년 「백두산에 광명성이 떴다.광명성(김정일 지칭)미래로 민족 존엄 떨치자」라고 새겨져 있다며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을 썼다.

90년대에는 김일성에 버금가는 호칭이 등장한다.90년 12월 「인민의 운명을 책임진 혁명의 지도자」(노동신문)에 이어 91년 김일성과 동격임을 드러내는 「수령」호칭이 등장하나 미래의 수령이란 의미로 사용됐다.93년조선기자동맹 제7차 대회서 현재를 나타내는 「영명한 수령」으로 표현됐고 올해 3월에는 조선대남방송에서 「주석」으로,5월에는 평양방송에서 「두분의 수령」「탁월한 수령」으로 나와 곧 명실상부한 권력이양이 이루어지리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었다.

「수령」과 같은 카리스마조작 비중을 갖는 「어버이」도 최근 2∼3년전부터 두드러진 호칭.

「오늘은 오실까 우리어버이/내일은 오실까 김정일 동지/우리를 키워준 어버이모습/한해가 다르게 그립습니다」

92년 북한이 보급한 「기다렸습니다」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이다.그토록 기다려 왔다는 올해 52세 「어버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북한 인민에게 다가갈 것인지 궁금하다.<김수정기자>
1994-07-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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