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혼란 사전차단… 「주민탈출」희박/동구권과 대비해본 북주민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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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11 00:00
입력 1994-07-11 00:00
◎후계작업 철저… 조기안정 가능성/개방과정 불만폭발땐 난민사태

지난 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탈출 했다.동독인들의 엑서더스는 결국 철옹성처럼 보이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고 동서독 통합으로 이어졌다.

김일성 사망소식이 공식 발표된 9일 중국은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북지역 주둔군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북한주민들의 대규모 탈출에 대비한 조치로 알려졌다.

과연 중국의 우려대로 북한주민들의 엑서더스가 일어날까.

○중,국경경계 강화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일단 김일성이 죽었다고 해서 당장 대규모 탈출사태가 일어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즉각적인 탈출사태를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는 북한사회의 내부 혼란이지만 극심한 혼란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선 20여년 전부터 김정일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세습체제 구축 작업을 철두철미하게 해왔기 때문에 큰 반발이나 혼란 없이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군과 당을 장악하고 있는 김정일 등 집권층도 김일성 사후의 내부 혼란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만큼 최단 시일 안에 형식적인 승계 절차를 끝내고 사회안정을 위해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김일성의 후광과 「정통성」을 내세워 동요를 사전에 막고 권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면 당장 북한 주민들의 대규모 탈출사태가 야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일방적 단언 못해

그렇지만 대탈출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김정일도 앞으로 핵문제 등 대외적인 현안해결과 안정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서는 개방과 개혁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이 과정에서 북한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것이고 변화의 물결 속에서 북한 주민들의 탈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90년에 몰아닥친 동구권의 거센 개혁 물결에 밀려 알바니아가 45년간의 철권 통치의 빗장을 열자마자 빚어진 알바니아인들의 대규모 탈출 사태를 보면 북한 주민의 엑서더스도 충분히 점 칠 수 있다.

우선 김정일이 앞으로 북한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식량 수급 등 경제문제 해결에 실패,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벼랑 끝까지 몰리면 내부 혼란이 야기되고 이는 주민들의 대대적인 탈출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아울러 반 김정일 세력으로 몰려 박해받는 사람들의 탈출도 예견할 수 있다.

○식량난 등 변수로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개방과 개혁 조치에 따른 북한 사회체제의 변화 자체에서 가정해 볼 수 있다.개방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금기처럼 돼 있는 남한 등 외부 세계의 실상들이 속속 북한 사회로 흘러들어가 주민들의 사상체계 및 사고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이렇게 되면 보다 나은 사회와 자유를 찾는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론적으로 당장 몇개월안에 북한주민의 엑서더스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다만 향후 북한 사회에 몰아칠 개방과 개혁의 강도가 예상외로 크거나 김정일의 대내적인 사회·경제정책이 실패하는 경우 대규모 탈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송태섭기자>
1994-07-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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