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추(이동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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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6-30 00:00
입력 1994-06-30 00:00
작용이 있으면 그만큼의 반작용이 있다.이런 이론을 쉽게 알수 있게 하는 것이 벽시계의 추라 하겠다.오른쪽으로 한껏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중심점을 지나서는 오른쪽으로 올라간만큼 왼쪽으로 올라간다.이렇게 왕복운동을 계속한다.태엽을 감아주거나 건전지를 넣어주는 등 힘을 공급하지 않으면 이 추는 진폭을 줄여나가다가 결국 지구의 인력 때문에 중심점에서 서게 된다.

이같은 물리학적 법칙은 사실 우리사회의 제반 현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물론 사안에 따라 추의 속도와 진폭은 다르겠지만 작용·반작용의 이 운동이 진행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노동운동,전성기인가

예를 들어 정치의 추가 독재쪽의 최고 높이에 도달했을 때 그 추는 독재의 영역에 있다 하더라도 이미 민주화쪽으로 운동방향이 결정되어 있다.추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없다.문민정부가 시작되면서 추는 독재의 영역에서 벗어나 민주의 영역에서 상향운동을 하고있다.다만 독재영역에서의 운동이 오래 계속됐었기에 민주화의길도 길고 완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연대파업 등으로 사용자보다는 정부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노동운동의 추는 과연 어디에서 어느쪽으로 움직이고 있을까.한마디로 +영역에 있지만 전성기를 지나 하강운동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우리의 노동여건이 아직 훌륭하거나 완전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진단할 수 밖에 없는가.내외의 여건을 감안해 볼때 반작용이 힘을 얻고 있고 일부 노동계의 조급함과 무모함이 「국민의 지원」이라는 힘을 스스로 차버렸다는 관점도 있다.

최악의 상태를 넘기고 추가 내려올 때는 힘이 있고 가속이 붙을 수 있다.그러나 추가 올라갈 때 무리한 힘을 잘못가하면 오히려 힘을 흩뜨려 떨어지도록 만들게 된다.「개발독재」로 사용자 천국이던 우리나라에서 반대편 꼭대기까지 가있던 노동운동의 추는 5공말기인 87년부터 내려오기 시작했고 곧바로 가속이 붙었다.6공에서 이미 중간지점을 통과한 이 추는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영역에서 활발히 상승중이었다.아직 「노동자천국」은 아니었으나 「노조천국」이라는 소리가 거침없이 들려왔다.

○공익과 집단이기주의

그러나 빠른 상승은 최고점에 빨리 다다르게 된다.문민정부가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정책목표로 삼았을 때 이 최고점은 보이기 시작했다.고임금이 국제경쟁력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중의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노동운동이 임금상승에 따른 생산성의 향상에 신경을 썼어야 함에도 이를 등한히 생각했기에 나온 결과였다.사실 사용자들은 고심을 거듭했다.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외국근로자를 편법고용하는 등 안간힘을 쓰는 경우도 많았다.

또하나는 집단이기주의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과거 노동운동이 반독재·민주화운동과 궤를 같이 했을 때에는 이런 측면이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오히려 인권과 결부되어 신장되어야 할 부분으로 인식되었다.임금과 복지가 크게 향상되는데 이런 인식은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문민정부의 등장으로 이런 인식은 변화되기 시작했다.『임금투쟁이 무슨 민주화투쟁인가.집단이기주의일 뿐』이라는 비판은 일부 노동운동의 빗나간 지도력 때문에 부각됐고 철도·지하철 등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다.서울지하철의 경우 공공성이 그 어느 기업보다 강한데도 불구하고 지난 87년부터 지금까지 7년여동안 열번이나 파업결의를 하고 세차례에는 실행에 옮겨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다.그 결과 회사는 거액부채,종사자는 고임금에도 또 파업에 나서 집단이기의 극치를 보인 것으로 비난받기에 이르렀다.

문민정부가 이같은 불법파업에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국민의 여론을 업고 곳곳에서 강력한 공권력으로 사태를 장악하고 있다.국민의 이익과 특정 집단의 이기가 맞붙었을 때 당연히 국민편에 선다는 자세를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공안정국」이란 비난이나 파업농성을 하던 기독교회관에 공권력을 투입한데 대한 일부 기독교세력의 반발 등은 큰 것을 위한 소소한 부작용으로 치부하는 정부의 당당한 태도에 노동운동이 지도력을 포함해 어떤 대담한 변화를 보일지 주목되는 국면이다.

○시대변화에 부응해야

또 이번 파업을 계기로 제기되는 문제들,예를 들어 지하철 같은 공공기관의 파업을 금지시켜야 한다든가 재택근무등 사회현상의 변화에 따른 근무시간의 변형적용이 필요하다든가 하는 주장에 대한 대응 역시 주목된다.과거와 같은 고식적 사고와 태도를 견지할 때 노동운동의 추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방향으로 떨어져 내릴 수 밖에 없다.<주필>
1994-06-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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