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동점드라마」 시청/김 대통령 파안의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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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6-19 00:00
입력 1994-06-19 00:00
서정원의 동점골이 스페인골문을 가르는 순간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서도 환성이 터졌다.
김정남교문사회·주돈식정무수석과 함께 TV를 지켜보던 김영삼대통령은 감격을 이기지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야!」하고 외쳤다.『김대통령이 취임후 가장 즐거워하는 순간으로 보였다』는게 한 측근의 이야기다.
김대통령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김호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2대0의 불리한 여건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대표단에게 국민을 대표해 뜨거운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남은 게임에서도 더욱 선전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격려전문도 잊지 않았다.
핵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김대통령이 모처럼 얼마나 가슴 시원해 했는지는 이날 낮 카터전미국대통령과의 오찬에 앞선 환담에서 잘 드러났다.
김대통령은 카터전대통령에게 『피곤하지 않느냐』고 인사를 건네고는 환담 5분동안 줄곧 축구자랑을 했다.
그는 『우리국민들 과반수정도가 스페인과의 월드컵축구경기를 보았고나도 보았지만 스페인이 4강정도 되는 팀인데 처음에 2골 먹고,마지막 10분동안에 2골을 넣어 비겼다』고 설명하고는 『사실상 이긴 것과 다름없는 훌륭한 경기여서 국민들이 흥분하고 좋아하는 날』이라고 자랑.카터전대통령이 『축하한다』고 하자 『오늘이 토요일이라 우리나라 사람들 거의 대다수가 저녁때 축배를 나눌 것같다』면서 『운동경기는 어떤 예술보다 말로 하기 어려운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번 경기가 국민들에게 용기와 꿈을 심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
김대통령은 이날 나중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처음에는 카터전대통령을 그리 유쾌하지 않은 감정으로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그럼에도 그는 축구이야기를 한참 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대표팀의 선전은 북한핵으로 머리가 무거운 대통령의 스트레스도 많이 풀어주었다.<김영만기자>
1994-06-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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