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전쟁불안심리」 진정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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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6-16 00:00
입력 1994-06-16 00:00
◎생필품 사재기 등 「심리적공황」 우려/“제재는 핵문제 평화적 해결의 첩경/북은 자멸부를 도발 선택 못할것”

청와대가 확산일로에 있는 국민들의 「전쟁불안심리」를 진정시키러 나섰다.

김영삼대통령은 설령 북한의 도발이 있더라도 우리측이 이를 하루 아침에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비서실은 비서실대로,「제재=전쟁」이란 북한의 선전공세가 국민들 사이에 먹혀 들어가고 있음을 중시,제재가 오히려 평화적인 핵문제의 해결을 가져 온다는 논리의 홍보에 나선 것이다.

북한에 대한 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휴전선 일대와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특이한 전쟁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는게 정부의 발표다.그럼에도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격탈퇴및 전쟁불사 호언으로 국민들 사이에 전쟁위기의식이 높아져만 가는 추세다.특히 지난주말부터는 정부의 안심 권고에도 불구하고,국민들 사이에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는등 이를 방치하다가는 심리적 공황으로까지 발전할 조짐을 보여 청와대로 하여금 대책을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

청와대는 15일 상오 박관용비서실장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국민불안심리 관리와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방안을 놓고 1시간동안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유엔의 북한제재가 북한측이 주장하는대로 한반도의 전쟁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재가 대화를 통한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주돈식대변인이 밝혔다.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제재를 통해 김일성등 평양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전술을 구사해야 하며,그렇더라도 북한은 결코 여러가지 국제여건이나 국력차이,전쟁의 예상되는 결과등으로 전쟁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데 뜻을 모았다.그러나 이같은 객관적인 상황과는 달리 「제재=전쟁」이라는 북한측 주장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중시,적극적인 홍보대책을 세워야 한다는데도 합의가 이뤄졌다.특히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만 설명할게 아니라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충분히 격퇴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15일 금융인들과의 오찬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도발은 하루 아침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힘을 과시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김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외무부와 국방부가 매일 핵문제 상황과 북한군의 동향을 브리핑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조치했다.실상을 알림으로써 국민들이 북한의 선전공세에 마음졸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적극홍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민불안심리를 청와대가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의식하면 핵문제에 대한 정책선택이 제한될 수 밖에 없고,우리군의 대응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긴장이 오히려 고조될 소지가 많은 탓이다.

청와대는 북한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국민불안이나 제한된 범위안에서의 긴장고조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김영만기자>

◎김 대통령­금융인 대화 요지/“국가보위태세 완벽… 동요 없길”

김영삼대통령은 15일 낮 청와대에서 금융단체장과 시중은행장및 제2금융권대표등 36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금융개혁및 최근의 안보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주돈식청와대대변인이 전한 오찬회동 대화요지.

▲김대통령=금융자율화 조치로 금융기관 간부들이 많이 바뀐뒤 이렇게 오찬을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상철전국은행연합회장=과거 통제시대의 연합회장은 메시지나 전달하는 사람이었습니다.이제는 틀이나 선출방식이 달라져 금융자율화 측면에서 은행의 대변인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명선외환은행장=외환은행에서 이사로 있다가 자리를 내놓고 캐나다 자회사에서 일했었습니다.임기가 얼마남지 않아 새로운 일자리를 찾다가 공항택시를 운전하려고 가족들과 협의중에 은행장으로 선임됐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문민정부의 민주화를 실감하고 있으며 새로운 각오로 일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나응찬신한은행장에게)=신한은행은 5년동안 계속 경영평가 1위를 하고 있다는데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나행장=창설때부터 고객없는 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모든 조직을 고객위주로 짰으며 신속한 업무처리를 계속 독려하고 있습니다.특히 후발은행으로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치중,전체대출금액의 65%를 중소기업에 대출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경영평가 1위를 기록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중소기업지원정신이 정부와 같아 고맙게 생각합니다.

▲김대통령(윤병철하나은행장에게)=하나은행은 후발은행으로서 여러가지 애로가 있었을텐데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윤행장=종업원 참여제도를 도입,예산편성은 물론 영업계획도 종업원들과 함께 짜는등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했습니다.

▲김대통령(배창모대유증권사장에게)=증권회사 운영은 어떻습니까.

▲배사장=증권회사는 경쟁이 치열한데다 고객이동이 많아 내실위주의 경영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대통령=이렇게 모인 기회에 관심사인 북한핵문제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말은 다 안하고 있지만 북한이 어떠한 도발을 하더라도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만반의 태세를 취하고 있으니 국민은 정부와 대통령을 믿어도 좋습니다.확고한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국민과 접촉이 많고,많은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계간부 여러분들이 자신을 갖고 국민이 안심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얘기해 주십시오.

정부는 첫째 한미간에 전례없이 확고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둘째 24시간 대북감시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현재로서 북한의 군사적 특이사항은 없습니다.세번째 정치군인들을 제거하여 군의 사기가 그 어느때보다 높고 네번째 우리의 화력과 기동능력은 놀라운 상태여서 북한의 도발을 하루아침에 제압할 수 있습니다.
1994-06-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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