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방송의 질과 역할이다(사설)
수정 1994-06-10 00:00
입력 1994-06-10 00:00
우리는 우선 공영방송의 시청료문제를 이제는 일단락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광고를 포기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것에도 찬성한다.시청료를 인상하지 않고 경영 합리화로 현상타개안을 만들고자 한것도 일단은 해결책이 될것이다.이런 선에서 그동안 상징적 차원에 있었던 시청료거부운동도 일단 정리를 해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오늘의 매체환경변화는 급격한 것이다.국내적으로 유선방송이 시작된다는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아시아지역 위성방송 채널이 10여개씩 새로 늘어날 준비를 하고 있고,이중에는 한국어방송계획까지 들어있다.그런가하면 통신기술과 연계돼있는 VOD(주문형 비디오)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그나름대로독립된 채널일뿐 아니라 국경이 없는 세계동시화의 매체이다.
이 다채널들이 또 불가피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가 프로그램들의 격렬한 상업주의적 경쟁이다.유선방송만 하더라도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존재양식은 피나는 오락적 프로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가입자가 충분하다고 여길만큼 입맛을 맞추지 않으면 즉시 가입취소라는 위험을 겪게 되는 채널이기 때문이다.이 상업적으로 강화되는 다채널속에서 시청자들은 더욱 세분화될뿐 아니라 예민해진다고 본다.이 예민성은 물론 더 극단적으로 상업적으로 아부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게 한다.
그러므로 오늘에 있어 공영방송제도의 중요성은 시청료논쟁이나 하고있을 계제의 것이 아니다.공영방송채널만이 한쪽에서 외롭지만 보다 좋고 건전한 삶의 가치와 지향을 유지하며 공시해갈 수가 있다.특히 문자적 사고로부터 영상적 사고로 사고의 양상까지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공영방송의 역할이 보다 철학적이 되어야할 당위까지 갖는다.변화하는 삶의 조건들속에서 새롭게 살아가는 아이디어와 비전까지를 제시하는 차원으로 상승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은 또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상업주의프로그램을 능가할 수 있는 질적수준으로서만 소구력을 갖고 시청자를 흡수할 수가 있다.그렇다면 프로그램 하나하나의 제작비까지도 실은 상업적 프로보다 더 많이 들일수 있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이점에서 이번 KBS의 방안은 오히려 미진한 것일지 모른다.시청료만 들여다보는 감각을 벗어나,진정으로 좋은 공영방송을 어떻게 만들어내게 할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1994-06-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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