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반란”…충격싸인 민주/「비주류 총무」 선출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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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5-28 00:00
입력 1994-05-28 00:00
27일의 민주당 원내총무 경선은 비주류 신기하의원이 수적으로 우세한 범주류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직총무인 김대식의원을 꺾는 「의외의 결과」로 막을 내렸다.예상을 완전히 뒤엎었기에 「반란」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이런 결과는 당내 최대계보인 동교동계와 이기택대표계,김원기최고위원계등 96명의 의원 가운데 70여명을 웃도는 범주류측에서 이탈표가 많이 나왔고 여기에다 이부영최고위원등 개혁모임과 비주류측이 똘똘뭉쳐 신의원을 지원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의원의 원내총무 입성으로 민주당은 「주류 지도부·비주류 총무」라는 불안한 구조아래 당내 갈등이 증폭됨은 물론,안그래도 취약한 이대표의 지도력에 치명타를 안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읍소작전 먹혔다”
특히 김상현·정대철고문과 이부영최고위원등 비주류측이 주요당직에 교두보를 구축한만큼 앞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한편 정치현안마다 당지도부에 제동을 걸 것이 분명하다.이와 관련,비주류측이 줄곧 주장해온 내년 자치단체장선거에 앞선 조기전당대회 요구가 일찍 고개를 들 공산이 크며 이에 맞서 이대표쪽과 동교동계등 주류측도 위기감 아래 본격적인 세확장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여 민주당은 상당기간 바람잘 날이 없을 것 같다.
○…전날까지도 패색이 짙었던 신의원이 극적인 반전을 이룬데는 여러 해석이 있다.
우선 치열한 당권경쟁을 벌이는 전당대회도 아닌만큼 『총무쯤이야…』라고 할 정도로 의원들의 계보의식이 엷어진 점을 꼽을수 있다.신의원은 이 틈새를 비집고 학연(광주일고·전남대),지연(전남)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계보의 벽을 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당직은 돌아가면서 맡아야한다』『3선임에도 변변한 자리 한번 못해봤다』는 신의원의 읍소작전이 먹혀들었다고도 볼수 있다.
○“소외그룹 큰역할”
여기에다 전국구나 초재선의원등 당직과는 거리가 먼 「소외그룹」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많다.또 당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이번 총무경선으로 나타났다는 풀이도 있다.덧붙여 범주류의 지원으로 재선을 확신한 김전총무가 너무 안이한 자세로 선거에 임한 것도 신의원에게 반사이익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선에는 와병중인 관계로 부재자투표를 한 조윤형의원을 제외한 95명이 전원 참석.외유중이던 조홍규·이우정·신진욱의원도 이날 아침 귀국,투표에 참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신의원의 승리로 끝나자 당사자는 물론 의원들도 의외라는 반응이 역력.특히 김총무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그러나 김상현·정대철고문이 이끄는 비주류측은 환한 웃음을 지어 대조.
○김 전총무 눈물러도
신의원은 당선인사를 통해 『김전총무의 업적위에서 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고견을 받들어 성심성의껏 당을 위한 길을 갈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김전총무는 눈물이 글썽한 표정으로 『내 인생에 굴절이 많았으나 앞으로 묵묵히 맨 뒷줄에 서서 당과 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낙선인사.<한종태기자>
◎민주 새원내사령탑 신기하의원/“율사총무끼리 협력 기대”/「상무대으혹」 푸는데 최선/“이 대표와 호흡잘 맞출터”
「신기하후보 49표,김대식후보 46표…」민주당의 새원내총무에 당선되는 순간 신기하의원의 표정은 복잡했다.당선의 기쁨과 함께 높디 높은 계파의 벽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신총무의 취임 일성은 「단합」이었다.『당의 단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른바 비주류인 신총무와 범주류인 이기택대표가 마찰을 빚을 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금실좋은 부부처럼 호흡을 맞춰 나가겠다』면서 「두고 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비주류인 김상현고문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신총무는 『김고문은 지난 84년 민추협때 모시게 됐고 이대표는 12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모시게 됐다』면서 『나는 개인적인 친소관계를 정치관계와 구별못하는 사람이 아니다.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영원한 적도 없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선거가 주류대 비주류의 대결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김대중선생의 은퇴이후 새로운 계파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을 뿐』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민자당의 이한동총무에대해서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분』이라면서 『같은 법조 출신인 만큼 국정에 대한 시각이 다소 다르더라도 애국애족하는 마음으로 잘 협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총무는 그러나 현안인 상무대 의혹에 대해서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는 대표적 부패인데도 정부여당이 의혹을 풀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12대이후 3선인 그는 원칙주의자라른 평을 들을 정도로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반면 친화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13대때 평민당 수석부총무를 지낸 것 말고는 당직에 기용되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광주 서강전문대교수인 부인 김정숙여사(47)와 2남.
▲53·전남 함평 ▲전남대 법대 ▲광주지법판사 ▲민추협상임운영위원 ▲민주당 당무위원<진경호기자>
1994-05-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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