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4강」 표현 안쓰겠다”/김 대통령,스승의날 수상자들에 밝혀
수정 1994-05-15 00:00
입력 1994-05-15 00:00
정부는 그동안 미국·일본·중국·러시아를 가리켰던 「주변 4강」이란 말을 앞으로는 쓰지 않기로 했다.
김영삼대통령은 14일 스승의 날 수상자와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앞으로는 「주변 4강 외교」라는 말 대신 「주변 4각 외교」라는 말을 쓰겠다』고 밝혀 국가자존심의 회복을 선언했다.「4강」은 한국이 약소국이란 전제아래 나온 대칭어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과거 1백년동안 사실상 우리를 지배해온 강국들이지만 우리도 이제 세계 10대 무역대국이고 군사력이나 인구,국민총생산등을 고려하면 세계열강의 대열에 포함된다』고 말하고 『우리를 약소국으로 전제한 「4강」이나 「강대국」이란 말을 쓰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런 뜻에서 이번 러시아 방문도 「주변4강외교의 완성」이 아니라 「주변4각외교의 완성」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지난 11일 녹지원에서 이화여대생들과 가진 대화에서도 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어 이는 갑자기 한 말이 아니라 정리된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찬란한 문화민족으로서의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근세의 식민지 경험등으로 서양문화에 이유없는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하고 『우리의 국력신장에 맞는 언어정리로부터 민족 자존심회복운동이 시작되어야하고 이같은 차원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족자존심을 회복해야만 세계로의 웅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영만기자>
1994-05-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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