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배사/외화 수입시장 점차 대결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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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5-10 00:00
입력 1994-05-10 00:00
국내 외화시장이 점차 직배사와 대기업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이는 최근 외화의 직배체제가 강화되고 있는데다 대기업들이 외화 수입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 2월24일부터 9일간 미국 LA 근교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영화 견본시장 아프마(Amerivcan Film Market)이다.삼성·대우·선경 등 대기업은 이 영화시장에서 스타맥스·드림박스·SKC등 자회사 또는 영화사를 내세워 적게는 3편,많게는 6편까지 수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기존 영화사 대표도 다수 참석했으나 대부분 헛걸음이었고 재력이 있는 소수의 영화사들만 1편 정도씩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대기업이 외화수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영상산업시대 및 곧 맞이할 CATV시대를 대비해 소프트웨어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외국의 영화제작사들이 자금력과 신용이 튼튼한 대기업을선호하고 있는 것도 대기업의 외화 수입을 부추키고 있다.국내 영화사들로서는 자업자득의 측면도 있다.지금까지 수입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등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과열경쟁으로 외화의 값을 높인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사들이 외화를 수입하기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국내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최근과 같이 1년에 3백여편의 외화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몇편의 수입 외화로 돈을 버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미국등 선진각국의 주요 영화사들이 영화 견본시장을 통해 영화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제작단계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은 직배사를 통해 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점도 기존 영화사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12일 열리는 칸 영화제 견본시장 역시 마찬가지여서 대기업 직원들이 영화를 사기 위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영화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살만한 영화가 없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39개 회원사로 발족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외화는 수입하지 않고 한국영화만 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사실은 외화 수입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이제 외화를 수입해 돈을 벌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국영화로 승부를 걸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삼성의 스타맥스·드림박스·대우·SKC등은 현재 20∼30편씩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이들 회사는 아직까지는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기존 영화사를 통해 영화를 배급하고 있다.그것은 영화 배급 및 홍보등에 노 하우가 부족한데다 기존 영화사들이 반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계에서는 이와관련,『대기업이 외화의 배급등을 기존 영화사에 맡기는 것은 물론 외화 수입으로 번 돈을 국내 영화제작등에 확대투자하는 등 영화계 활성화 및 공생 방안을 강구해야 할것』이라고 촉구했다.<황진선기자>
1994-05-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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