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재분단위기의 교훈/통일 4년만의 내전돌입 보며/유지호(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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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5-07 00:00
입력 1994-05-07 00:00
협상을 통해 통일을 달성한 유일한 사례로서 국제적인 선망의 대상이 된 남북예멘이 최근 무력충돌로 다시 분단될 위기를 맞이하고있다는 보도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외부 부주 사병의 남예멘계 군인에 대한 저격에서 비롯된 이번 충돌은 현재의 집권 3대정당이 제각기 병력을 지휘하고 있다는 심각한 갈등구조로 말미암아 급기야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통일된지 4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남북예멘의 야전군 부대가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걸프사태를 전후한 경제·사회적 혼란으로 군부통합이 어려웠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고 하겠으나 1992년 하반기 총선을 대비할 무렵부터 정치적 고려가 야전군 통합계획을 지연시켰다는 것이 현지분석이다.회교 부족세력의 예멘개혁당은 남부 사회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통합을 지연시켜왔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반해,사회당측은 중앙정부 통제 밖에 있는 부족세력의 사병제 철폐등 군개혁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응수하고 있다.

남북의 정권이 군사정권적인 성격이 강했던 탓으로 막바지 협상에서 군부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호하기로 양해한 것도 군통합 지연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예멘통일을 회고할때 남북의 수뇌가 상황변화를 민첩하게 포착,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동시에 통일을 서두른 나머지 국내의 회교 부족세력을 통일협상과 그후 과도련정 참여에서 배제하고 남북예멘의 통일을 우려해온 사우디를 통일협상중 별로 설득하려하지 않았을 뿐더러 걸프사태시 사우디의 외군주둔허용을 비판한 것은 80만 예멘근로자에 대한 대량추방과 경제원조중단등 사우디로 부터의 보복조치를 초래,과도기의 경제난과 사회문란만을 가중시켰다.

양측 수뇌는 과도기 이후의 총선전략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교환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당제하에서의 정국운영에 대해서는 더욱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총선후 조각에 1개월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차질이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남북예멘간의 정치적 갈등은 기본적으로는 남예멘의 사회당과 북예멘의 회교 부족세력을 대표하는 예멘개혁당간의대립관계를 북측 국민회의당이 중간위치에서 조정하는 양상을 띠어왔다.예멘개혁당은 예컨대 사회당문제에 있어서는 국민회의당과 협력하지만 사우디문제에 대해서는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이는 1962년 북예멘의 「자유장교」들이 왕정전복 쿠데타를 일으켰을때 사우디는 회교부족세력의 왕정파를,이집트의 4만 파견군은 군부의 공화파를 각각 지원하기 시작하여 8년간의 내전에 관계한 역사적인 인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예멘 통일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지 않았고 예멘과의 외교관계르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양국관계의 완전한 「수복」에는 현안의 국경분쟁과 예멘의 생소한 다원주의 정치에 대한 시각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가닥의 희망을 주는 최근의 사태발전은 이스라엘­아랍 평화회담의 진척이다.아라비아반도 남서단에서의 새로운 분쟁은 골란 고원문제 타결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랍권 뿐만 아니라 미국등 서방측에도 바람직스럽지 않을 것이다.더욱이 지난 2월20일 암만에서 예멘대통령 살레와 부통령 알비드간에 서명된화해 및 정치개혁 협정에 이어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가까운 아랍 에미리트 연합과 이집트가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화해분위기에 걸맞게 예멘의 국민들도 남부의 석유자원을 개발하고 경제의 안정을 갈구하고 있다.암만 정치개혁 협정은 대통령의 안보및 재정분야의 권한축소와 부통령의 남예멘 유전지역에 대한 통제권의 축소,3개월내 테러범 체포 및 재판회부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이 모두 3대 집권당에 해당하는 사항이다.이 합의사항의 이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알비드 부통령이 제안했던 연방제가 어쩌면 재분단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될는지 모른다.<전 주예멘대사>
1994-05-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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