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례 무시한 러시아/이기동 모스크바특파원(오늘의 눈)
기자
수정 1994-05-07 00:00
입력 1994-05-07 00:00
그는 『4일 청와대가 방문계획을 발표한 사실을 알고 있다.서울의 발표 내용은 우리가 아는 바와 일치한다』며 방문계획을 일단 확인했다.그러나 『공식발표는 추후 크렘린 대변인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러측의 발표계획은 분명 한·러 양국간 합의사항이었다.이게 예고없이 바뀐 것이다.그를 뒤따라가 추가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크렘린으로 바뀐 이유가 무엇인가?』
『오늘 아침 크렘린으로부터 자기들이 발표할테니 발표를 보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크렘린은 언제 발표할 것인가?』
『알수없다.내주 아니면 방문 1주 전이 될 수도 있다』
『정상회담 발표에 관한 러시아의 외교관행은 무엇인가?』
『물론 동시발표이다.하지만 세상사가 규칙대로만 되지는 않는 것 아니냐』
나중 크렘린대변인실로 전화를 걸었더니 『무슨 소리냐.애당초 우리가 발표하도록 돼 있는데』라는 대답이었다.
발표가 된 줄로만 믿고 있던 우리 공관측은 기자의 말을 전해 듣고 놀랍게도 『외무부대변인이 확인했으니 공식발표나 마찬가지다』『크렘린에서 발표하면 더 돋보이는 것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물론 이런 일로 정상회담에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국가간 합의사항을 예고없이 바꾸는 이례적 행위의 저변에 러시아및 남북한 3자관계와 관련한 뭔가 껄끄러운 분위기가 깔려있는 것이나 아닌지 신경이 쓰인다.아울러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이를 사전에 체크하지 못한 우리 공관도 잘한것은 없다.
1994-05-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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