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추적의 「법과 현실」/박성원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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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4-29 00:00
입력 1994-04-29 00:00
그러나 27일부터는 『법리상 불가능하지만 금융기관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발을 빼며 조기현전청우건설회장이 횡령,인출한 1백89억원의 수표추적에 동의했다.
민자당은 『법해석은 1차적으로 이를 집행하는 기관의 몫이고 최종적으로는 법원에 달려 있다』고 방향을 바꾼 근거를 해명했다.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혹시 금융기관에서 그 불법적인 일을 들어줄지도 모르니 한번 요구해보자는 셈이다.
민자당은 한발 더 나아가 금융기관이 금융거래자료의 제출을 거부할 때는 여야공동으로 고발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동의했다.입법기관인 국회에서,그것도 법을 전문으로 한다는 법사위에서 『위법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금융기관을 고발하겠다』는 이상한 합의가 성립된 것이다.
민자당은 이에 앞서 조씨의 횡령사건과 관련된 군·검찰의 수사및 법원의 재판기록을 문서검증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도 수용했다.「수사및 재판에 간여할 목적의 국정조사는 안된다」는 국정감사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내세우며 고개를 가로젓던 처음의 「법률가적 확신」은 온데간데 없어졌다.대신 『문서검증대상의 선정은 법리가 아닌 가치판단의 문제』라는 군색한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민자당의 이같은 조령모개식 법리해석 덕분으로 국정조사를 가로막던 걸림돌이 제거되고 국무총리인준등 국회활동이 정상화된 측면도 있다.그러나 수표추적만해도 당장 긴급명령을 내세운 해당 금융기관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정치논리에 떠밀린 여야합의는 법정으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법리상 국회의 수표추적조사가 불가능하다면 법을 개정해 국정조사권의 법적 한계를 넓히든지 아니면 현행법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마땅하다.불법이지만 저쪽에서 떠드니까 일단 응해준다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는 「나쁜 선례」만을 쌓아가는 정치편의주의에 불과하다.
궁지를 모면하고 보자는 식으로 국민의 법감정을 혼돈시키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만든 법을 국민들은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인지묻고 싶다.<박성원기자>
1994-04-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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