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모개 농정」 언제까지/오승호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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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4-28 00:00
입력 1994-04-28 00:00
이 법은 민자당의 주도로 지난 해 5월 개정됐다.개정의 취지는 「개혁」이었다.핵심은 오는 5월 1일부터 농수산물 중매인의 영업을 순수한 「중개」 행위로만 제한한 것이다.
개정 당시 시행시기를 놓고 민자당과 농림수산부가 논란을 벌여 시행일을 94년 5월 1일로 1년을 늦췄다.모든 중매인들이 중개와 판매를 겸업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농림수산부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그러나 농림수산부는 지난 20일 시행일을 코 앞에 두고 핵심 조항인 「판매행위 금지」만 시행을 유보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당정협의의 결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침은 5일만에 뒤집어졌다.지난 25일 민자당과 다시 가진 당정협의에서 당초 계획대로 강행키로 한 것이다.「조령모개」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농림수산부는 시행일을 나흘 앞둔 27일까지도 『민자당과의 힘 겨루기에서 졌다』고 해명했다.『끝까지 반대했으나,제안자인 국회의원의 힘에 밀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실」이 「개혁」에 졌으므로,중매인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공권력을 동원해 밀어붙이겠다』고 덧붙였다.정치권과 농정당국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법이 개정된 뒤 1년 동안 농림수산부가 중매인들을 설득하고,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허송세월을 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지막 순간에 시행을 유보하는 데만 정력을 낭비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미리미리 법의 시행 이후 빚어질 부작용을 막는 데 노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농산물의 전면 개방을 앞두고 가뜩이나 어수선한 농어촌을 위해서도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한 농정을 펼 때가 아닌가.
1994-04-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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