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홍콩지점/「제살 뜯어먹기」 경쟁/20개은 진출
수정 1994-04-14 00:00
입력 1994-04-14 00:00
국내 은행 홍콩지점들의 「제살 뜯어먹기」 경쟁에 현지의 금융당국마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행 홍콩사무소는 지난 11일 김명호 총재에게 『홍콩의 금융당국인 금융관리국(MA)이 한국 금융기관들의 과잉경쟁에 우려를 표명했다』며 해외지점 개설에 신중한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지난 3월말까지 홍콩에는 한일·서울신탁 등 5개 은행의 지점과 제일·조흥 등 10개 은행의 현지법인이 있으며,국민·보람 등 5개 은행이 사무소를 개설했거나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한은 홍콩사무소는 또 해외 지점이 자금을 차입하면서 현지의 금융 브로커에 의존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한국계 은행들은 소요자금의 80∼90%를 현지 브로커를 통해 조달하고 있으나 외형 부풀리기 경쟁으로 브로커들의 가격 올리기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이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다른 은행에 비해 6개월 이하의 단기 금리는 0.5%포인트,6개월 이상의 장기 금리는 1.25∼1.88%포인트나 높게 물고 있다.
한은 홍콩사무소는 해외지점의 자금 차입비용이 늘어난 것은 유럽계 은행들이 낮은 신용등급을 이유로 대출을 기피하는 데다,단기자금의 주 공급원이었던 일본계 은행들마저 자기자본 비율이 총자산 대비,8%를 넘도록 규정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지키느라 대출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 해외 지점의 주고객이 국내 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차입금리의 상승은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며 『은행의 해외지점 개설도 국가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말까지 15개 홍콩지점 및 현지법인의 차입자금 규모는 단기 25억2천만달러,장기 7천5백만달러 등 모두 25억9천5백만달러이다.<우득정기자>
1994-04-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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