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요법/「이열치열」미서 각광/약효있는 천연물질숙성시켜 치료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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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4-11 00:00
입력 1994-04-11 00:00
미국 의학계에 「동종요법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기존의 의약품의 턱없이 비싼 가격과 낮은 치료율,극심한 부작용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은 요즘 처방이 간단하고 값이 저렴한 동종요법을 대체 치료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주간지 「비지니스 위크」 최신호는 미국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의학자들 까지 동종요법을 과학적인 치료법으로 받아들이면서 관련 제약시장이 최근 5년사이 연 평균 30%가량의 급성장을 거듭,지난해 매출액이 2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한다.
동종요법은 2백년전 독일등 유럽에서 크게 유행했지만 현대적인 대증요법에 밀려 지금은 독일·프랑스등에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이 치료법의 요체는 「같은 것이 같은 것을 낫게한다」는 전제 아래 어떤 질환을 치료할 때 건강한 사람에게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약물을 극히 소량 투여한다.예를 들어 열이 많은 환자에게는 고열을 일으키는 가지과의 유독식물인 벨라도나의 추출액이 사용된다.동종요법에 쓰이는 약물은 우선 약효가 있는 천연물질을 1개월 남짓 알코올에 담가 숙성시킨 뒤 에끼스를 추출,미세분자가 거의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묽게 희석해 만든다.가장 대표적인 처방을 보면 유행성 독감에는 북아프리카산 야생오리의 간·심장,치질에는 뼈오징어 먹물,포진엔 덩굴 옻나무,편두통엔 강아지 젖,감기엔 인디안 순무,타박상엔 엉거시과 식물인 아르니카등이 이용된다.이밖에 도롱뇽과 동물에 속하는 영원의 눈,두꺼비의 혀등이 동종요법의 단골메뉴이다.
동종요법은 개발된지 2세기가 넘도록 아직 작용기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 효능은 임상적으로 높게 인정받고 있다.또 약제의 주성분인 천연추출액이 극히 미량만 쓰임에 따라 부작용이 없어 갈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특히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여사도 동종요법 애호가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이 치료법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엉거시과 식물의 추출액으로 만들어진 아르니카의 경우 성형수술을 받은뒤 조기 상처치료를 원하는 영화배우나 텔런트들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타고 독일·프랑스·네덜란드등 유럽의 동종요법 관련 제약사들이 잇따라 미국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이례적으로 올해 3만달러를 들여 동종요법의 효능 규명작업에 나섰으며 하버드의대는 동종요법 강좌를 개설했다.또 케이마트사등 유명제약사들이 유럽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경쟁적으로 동종요법 의약품 판매에 나서는가 하면 LA의 스탠더드제약사,프랑스의 보이롱사등은 TV광고전까지 펴고 있다.
미국 동종요법학회 에드워드 체프만회장은 『동종요법은 인체의 방어기전을 증강시키는 백신의 원리와 같다』며 『동물실험결과 말기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이 치료됐다』고 말했다.하지만 미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효능이나 안전성면에서 최종 연구 결과가 밝혀지지 않은 동종요법으로 인해 자칫 소비자들이 현대 치료술을 경시하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박건승기자>
1994-04-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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