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출(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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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4-06 00:00
입력 1994-04-06 00:00
소피아로렌인가가 출연한 옛날 영화가 있다.좀도둑질을 하다가 신부앞에 나와 고해를 하게된 여주인공이 이런 말을 한다.『신부님 가난한 사람들은 천당에도 못갑니다.배가 고프니까 도둑질을 하지요.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탈출」이 임박한 것처럼 보이는 일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북의 동포들이 여기저기서 탈출을 감행하고 있고 북한당국은 탈주자를 현장사살하라고 명령했다는 보도다.우리정부는 「원칙적」으로 그들의 귀순을 허용키로 했다.

「탈출」을 통해 짐작하건대,인간이 품위를 지키며 살 수있는 최소한의 경제생활이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한 데서 오는 품성의 황폐화와 도덕률의 붕괴현상 같은 것이 북의 사회에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같다.

중조국경선을 넘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북한동포들을 취재한 KBS기자는『…북한 사회가 이미 붕괴되기 시작했음을 느끼게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 인부의 수기에는 무차별로 횡행하는 북한사회의 뇌물이야기와 무법천지의벌목장 실태가 적나라하게 기술되어 있다.일본 언론이 전하는 바로는 벌목장에서는 동료를 위한 수혈조차 기력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거부하여 급할 때에는 러시아 주민의 선의를 구걸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언젠가 통일되어 함께 살아야 할 우리의 반쪽 동포들의 실상이 바로 이렇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그것은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안받아들이는 정도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결정적인 시기가 의외로 가까이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고통받는 동포의 구출을 우선해야 하고,그리고는 「찾아온 삶」과 「받아들이는 삶」의 이질성이 어떻게 극복되어야 할 것인지,경제적 삶의 기반조성문제며 법적 지위나 사회적 입장등 근원적인 문제들에 대한 연구와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이다.
1994-04-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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