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의 내분(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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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3-30 00:00
입력 1994-03-30 00:00
조계종은 신도 1천여만명,스님 1만4천여명,사찰 1천6백94개를 거느린 한국불교의 으뜸종단이다.

해방후 새로 지은 사찰과 암자를 제외하면 전국에 산재해 있는 고찰의 거의 전부가 이 종단 소속이다.법맥계승의 정통성이나 교세에서 「한국불교=조계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그런 거대한 불교종단이 요즈음 또 집안싸움으로 시끌시끌하다.

싸움의 발단은 서의현총무원장의 진퇴문제.두번이나 연임한 서총무원장측이 30일의 종회에서 3선연임을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해 그를 배척 하고 있는 「조계종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가 실력저지에 나선 것.

종회의원들의 세력분포로는 서총무원장의 3선연임이 확실시되는데 이를 잘 알고 있는 반대파 스님들이 28일 서울 조계사에서 서총무원장퇴진촉구법회를 갖고 단식투쟁에 들어갔는가 하면 30일의 종회를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선언,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의현총무원장을 둘러싼 조계종의 집안싸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91년9월 서총무원장체제에 반기를 든 스님들이 통도사에서 「전국승려및 불교도대회」를 열고 서총무원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하는 한편 채벽암스님을 새 총무원장으로 선출,한동안 분종상태에 돌입한 적도 있다.



총무원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막강한 권좌인지 또 어느쪽 주장이 정당한지 국외자로서는 알 수가 없고 왈가왈부할 처지도 못되지만 세번이나 연임하겠다고 나선 서총무원장의 욕심이 지나친 것은 아닌지.그렇다고 그것을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벗어붙이고 나선 스님들의 태도 또한 불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에서 믿음의 대상은 불·법·승 삼보.거룩한 부처님,거룩한 가르침,거룩한 스님이 그것이다.이제라도 스님들은 다툼을 끝내고 「무소유」,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화해와 자비를 구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994-03-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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