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엔 “반핵” 선전물 즐비/“불바다” 극언이후 최전방서 본 북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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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3-24 00:00
입력 1994-03-24 00:00
남녘의 꽃소식이 한창인 23일 경기도 김포군 하성면 해병 청룡부대 군사분계선 최전방 경계초소(OP)는 아직도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몰아쳤다.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한강하구인 이 곳서는 북측의 대남비방방송 소리만 귀청을 때렸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은 지난 주말 남북실무접촉에서 북측대표의 「전쟁발발시 서울 불바다」 망언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흘러만 갔다.
서울에서 48㎞,강을 가로질러 불과 1.3㎞ 지척인 북의 선전부락 「해물마을」에는 인공기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주택공사가 한창이었고 인근 논에서는 몇몇 「북한주민」들이 농사준비를 하는듯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언뜻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들 풍경뒤에 숨은 북측의 호전성을 느끼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해물마을 앞을 따라 강가 곳곳에 세워진 대형선전구조물에는 「반미」「인민정치」「무료교육」「자주시대」등의 문구가 요란했고 지난달 말까지 「반전평화」라는 구호가 아로새겨져 있었다는 구조물에는 핵사찰거부를 은폐하듯 「반전반핵」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 북측은 하루 16시간씩 하는 대남비방방송을 대폭 강화,거의 24시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었다.『팀스피리트 훈련재개는 우리 인민들의 투쟁의욕을 고취시킨다』『양키놈들 물러가라…』쉬지 않고 쏟아지는 24개로 묶어진 고성능확성기 소리는 귀를 찢을듯 산골짜기를 울렸다.
확성기가 설치된 북쪽산들은 나무를 모두 베내 민둥산이었다.또 밤에는 매일 1∼2시간씩 정전이 되는등 전력부족현상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대장 조현석중령(41)은 『우리 군은 특별경계근무에 들어갔습니다.그러나 아직 북측의 특별한 징후가 발견되지는 않습니다.군은 철저한 경계태세로 북의 어떠한 행동에도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며 이번 북측의 망언은 군의 정신력강화와 의지를 더 굳혀주었다고 말했다.
또 경계병 김수남상병(23)은 『저들이 오판을 할 경우 우리는 그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며 필승의 의지를 보였다.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정상 초소에서 내려다본 북녘땅의 피폐함과는 대조적으로 해병부대정문 구조물에는 「서부전선 이상없다」고 적힌 구호가 밝은 봄볕아래 더욱 선명했다.<서부전선=김명승기자>
1994-03-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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