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학교 마지막 졸업식/소양강변 물로분교 30년만에 문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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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2-19 00:00
입력 1994-02-19 00:00
◎단 1명뿐인 졸업생 조기열군 “눈시울”

「원천강 맑은 물결 거울을 삼아 샘밭벌 푸른 물결…」 17일 상오11시 강원도 춘천군 신북면 상천국민학교 강당에서는 올해 졸업식이 조촐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33명의 졸업생들은 저마다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기대와 함께 6년동안 정든 교정을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젖어 있어지만 졸업식노래가 강당에 울려퍼지는 순간 맨앞줄에 앞아 있던 조기연군(12)은 왈칵 울음 터뜨렸다.

낯설기만한 32명의 다른 친구들과 졸업식장에 서 있다는 게 쑥스럽기도 했겠지만 6년동안 꿈을 키워온 상천국교의 물로분교가 이 졸업식을 끝으로 영영 폐교된다는 감회를 12살 소년은 끝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형이나 언니들이 하나둘 화전촌을 떠날 때마다 산모퉁에서 무던히도 울었다는 기연이.그동안 산골학교를 독차지하며 봄부터 가을까지 약초랑 산채를 찾아 산길을 오르던 어머니와 아버지곁을 떠나 춘천의 춘성중학교에 진학해 유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서글펐는지도 모른다.

기연이를 끝으로 폐교되고 마는 물로학교는 지난 68년 소양강댐이 생기기 전만해도 30여년의 전통을 가진 순박한 화전민들 후예 1백여명이 북적거리는 제법 시끌벅적한 배움터였다.

소양댐 담수가 거의 완료된 70년 중반쯤에는 마을이 거의다 물에 잠겨버려 화전을 포기한 주민들이 도회지로 떠나가고 약초를 캐거나 벌통을 치며 생활하는 산사람들만이 남게 돼버렸다.그러다보니 학생들도 날로 줄어 지난해 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마침내 올해에는 기연이를 마지막으로 학교의 문이 영영 닫히게 된 것이다.

이제 후배들도 없이 영영 사라지고 없을 마음의 교정을 떠나 기연이는 『2살배기 누렁이와 동구밖에서 겨울을 나느라 웅웅거리는 토종벌들이 자꾸 눈에 밟히고 빨리 물노리고향으로 돌아가 빙어낚시를 걷어올리고 싶을 뿐』이라면서도 『푸른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되어 고향을 꼭 다시 찾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춘천=조한종기자>
1994-02-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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