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화학무기 개발때 인체실험”/실험대상 화학자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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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2-06 00:00
입력 1994-02-06 00:00
구소련정부가 지난 82년당시 화학무기를 개발하면서 수십명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했다고 4일 실험대상으로 직접 이용당했던 한 화학자가 폭로했다.
화학무기전문화학자인 블라디미르 페트렝코씨(34)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군복무중 독가스개발연구소에 배치돼 직접 실험대상이 됐다고 밝히고 『이 연구소에서 30∼40명이 각종 화학무기개발 실험과정에서 인체실험용으로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페트렝코는 당시 모스크바 남부 사라토프지역의 소련국방부 화학군산하 중앙실험연구소 근무중 특수실험실에서 독가스를 직접 들이마시는 실험에 투입됐다고 밝히고 『이후 지금까지 피부에 반점이 돋고 만성위염·간염·간경화등 10여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라토프 고등군사엔지니어링학교를 졸업한뒤 입대해 수년간 이 실험연구소의 부속실에 배치돼 근무했다고 말했다.페트렝코는 당시 상황을 『어느날 특수치료부대장이 부르더니 새로운 화학무기개발임무를 부여한다고 말했다.임무는 화학무기가 전투중인 군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나 자신이 실험대상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그날 이후 4일간 사격,모래주머니 달고 구보하기,가스마스크 착용하고 달리기등 고된 훈련을 받았다.그러는 가운데 의사들이 수시로 맥박·혈압·폐활량을 체크했다.
5일째 되던 날 의학담당 연구실 부실장이 그를 신형가스의 충격측정실험대상에 등록시켰다.실험은 작은 방에서 실시됐는데 그 방안에는 유리로 만든 특수방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명령에 따라 그는 이 특수유리방에 난 구멍으로 머리를 넣었다.가스가 이 유리방에 주입되고 그는 그걸 들이마셨는데 이 실험에 응하는 대가로 당시로는 거액인 3백루블의 보너스를 받았다고 했다.
이날 페트렝코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화학무기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폭로했다가 국가기밀누설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된 빌 미르자야노프박사의 석방을 탄원하기 위한 것이었다.페트렝코는 자신도 지난해 1월 사라토프시의 한 신문에 직접체험한 일들이 실리도록 정보제공을 했으나 그 기사를 쓴 세르게이 미하일로프기자만 국가기밀누설죄로 구속됐고 그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자신은 시의회대의원이 됐기 때문에 면책특권이 인정돼 구속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87년 비밀도시인 톰스크17도시에서 화학무기개발에 참여했던 블라디미르 우글레프박사가 참석,당시 자신이 주도하여 신경가스무기인 「노보초크」(신참이란 뜻)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우글레프박사도 지난해 1월 주간「노보예 브레미야」와의 인터뷰에서 이 신경가스무기의 분자구조에 대해 언급했다가 국가기밀누설죄로 연구소에서 해고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일했던 연구소는 현재 화학무기관련 연구를 모두 종결했지만 『러시아는 언제든지 대량으로 가스무기를 생산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4-02-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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