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독이다(외언내언)
수정 1994-02-06 00:00
입력 1994-02-06 00:00
미국 통계를 보면 이제 이 약물의원병은 해마다 1백50만건씩 나타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그래서 점점 더 의사처방에 의해서만 사먹을 수 있는 약의 종류가 늘어가고 있기도 하다.
약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무한대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일지 모른다.지난해 4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2천3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결과는 실은 충격적인 것이었다.소비자 72%가 약국에 가서 자기가 원하는 약품종류를 요구해 약을 사고 이중 40%는 더 구체적으로 상표명까지 지명한다고 응답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50%는 또 약의 정보를 오직 약광고를 통해서 알았다고 답했다.이 속에는 항생제등 우리에게서도 의사처방약품으로 규정된 약들이 물론 들어 있다.그러나 사실상 더중요한 문제는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우리는 별로 어떤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그러니 의원병통계마저 변변치 않다.
보사부가 일다운 일을 하나 했다.지난 1년간 1천7백여종 항생제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검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내놓았다.기대할 것도 없이 상당수가 경련·혼수·신부전등 심각한 부작용위험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혈변과 대장염쯤 유발하는 항생제는 무려 1백13종이나 된다.
「약은 원칙적으로 독」이다.어떤 약도 부작용은 있다고 봐야 한다.하지만 우리는 「광고나 보고 아무나 마음대로 사먹는 것이 약이다」라는데 더 큰 난처함이 있다.약사행정은 약의 점검만이 아니라 약의 사회적 유통행태에도 좀더 절실히 매달려야 할 것이다.
1994-02-06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