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의 고발(외언내언)
수정 1994-01-15 00:00
입력 1994-01-15 00:00
대학병원의 유명의사들은 하루 평균 1백3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기계처럼 단순화되고 환자는 차가운 냉대를 받는다.담당의에게 궁금한것을 물어볼 엄두도 못내고,혹 물어봤다가 핀잔받기 일쑤다.외래환자 아닌 입원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병세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의사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92년에 숨진 의학박사 김주환씨의 암투병 수기가 발간되어 의학계에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주고 있다.
40여년간 의료계에 종사했던 중진의사였던 김박사는 두차례 수술을 받고 3년동안 투병생활을 하면서 겪은 동료의사들의 무지와 무성의를 질타하고 「어처구니 없는 치료의 미숙」등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의사들은 진단을 하고 결과를 본다고 수많은 검사를 한다.그러나 그들중 누구도 환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에는 무관심하다』.
그는 또 『두명의 의사가 각기 다른 소견을 내어 방사선동위원소 치료가 5개월이나 늦어져 회복불능상태에 빠졌다』고 개탄했다.사무직원들의 기계적인 태도와 무성의,지나치게 사무적인 간호사들의 차가움도 지적했다.
김박사의 유고집은 죽음을 앞둔 현역의료인의 체험적 고발이라는 점에서 호소력을 갖는다.그는 후배들에게 「환자위주의 진료」를 당부한다.의사나 병원위주의 진료가 아닐때 친절과 서비스가 살아날 것이다.그리고 실종된 환자의 인격도 되찾게 될 것이다.
1994-01-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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