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해외 거점전략(국제화 앞서간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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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1-13 00:00
입력 1994-01-13 00:00
◎“세계는 한시장” 무역요원 2천명 육성/45국에 신입사원 4백명 파견 “정예화”/생산기지·계열사법인 통합… 경영 효율화

삼성그룹은 지난 75년부터 해외진출을 통한 세계화전략을 채택했다.삼성물산이 뉴욕과 도쿄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승격하면서부터이다.

80년대에 이미 「시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경영방침아래 해외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82년 포르투갈 컬러TV공장,87년 영국 VCR공장 및 전자레인지공장,88년 멕시코 컬러TV공장을 설립했다.90년에는 스페인 VCR공장과 헝가리 컬러TV공장을 세웠고 최근엔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에도 투자를 통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아울러 지역특성에 맞는 현지화전략도 전개했다.미주지역에선 단순교역차원에서 탈피,차세대컴퓨터·위성통신 등 고부가가치제품의 연구개발활동을 추진했고 경제적 잠재력이 큰 중남미지역으로는 미국 컬러TV공장을 멕시코 컬러TV공장에 통합하는 등 생산규모를 확대했다.

유럽의 경우는 EC통합에 대비,EC본부가있는 브뤼셀에 정보센터를 세우고 유럽총괄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이 결과 세계 57개국에 생산법인 22개·판매법인 47개를 포함,2백72개의 해외거점을 확보하고 있다.그러나 삼성은 지난해 지금까지의 전략을 완전히 수정했다.세계화전략은 국제화를 위한 시작일뿐 무한경쟁시대의 국제화전략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건희회장은 세계를 한 시장으로 초일류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사람·조직·상품의 변화가 우선적으로 수반돼야 하고 ▲국내의 국제화 ▲해외의 국제화 ▲인력의 국제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따라서 이를 위한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했다.

이회장이 직접 「생존」을 위해 도입한 질경영은 기술경쟁력확보를 위한 국내의 국제화방안이었다.

그룹비서실은 인력의 국제화를 위해 오는 2000년까지 국제화정예요원 2천명을 집중양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총 8백억원을 들여 세계 45개국에 신입사원 4백명을 파견했다.

1백70억원을 투자해 국내 민간기업으론 처음으로 「국제 무역인력 양성센터」를 세웠고 오는 5월부터는 이 곳에서 ▲외국어 ▲지역연구 등 국제화와 관련된 모든 교육을 실시한다.이밖에 21세기리더과정,최고경영자과정 등의 국제화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국제경영인력육성의 방향은 해당지역의 금융·법률·정보 등의 기능전문가 양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해외의 국제화,즉 조직 및 경영의 국제화를 위해선 우선 해외생산기지 및 법인의 복합화와 종합화를 꾀했다.과거에 싼 임금과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우회수출기지로 활용한 지역현지공장을 통합하고 지역별 중심기지를 선정해 같은 지역에 산재한 각 계열사들의 해외법인을 한 곳으로 모았다.통합효과를 추구한 것이다.

지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외본사제도를 추진중이다.해당지역의 현지회사로 자리잡지 않고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시작은 해외지주회사의 형태를 취하겠지만 오는 2000년대에는 완전히 경영권이 보장된,인사와 자금이 독자적으로 집행되는 「삼성 저팬」과 「삼성 USA」등이 탄생하게 된다.<김현철기자>

◎해외본사제도/현지에 경영·인사권 부여/대육마다 본부…“제2의 삼성” 시도

삼성이 국제화를 위해 추진하는 신전략의 핵심은 해외본사제도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경영의 현지화」이며 경영권의 완전독립은 물론 인사의 현지화를 지향한다.따라서 더이상 본사가 서울이라는 개념은 없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본사는 한국이고 해외법인은 지점격으로 주종관계가 성립됐다.앞으론 해외본사가 지역별 거점을 통해 특화된다.

예컨대 동남아에 하나,유럽에 하나,동구권에 하나 등 지역별로 센터가 만들어져 스스로 돌아간다.본사에서 파견되는 인력이 없어 서울과는 계약형태로 관계가 유지된다.

이미 지난해 10월 일본에 있는 전자·전기·전관 등 계열사의 21개 현지법인 및 지사를 도쿄의 하마초센터 빌딩에 한데 모아 「삼성 저팬」이란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할 태세를 갖췄다.이를 시발로 뉴욕(미주)·프랑크푸르트(유럽)·싱가포르(동남아)등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발상의 시작은 계열사들의 독자적인 해외지사망설치로 한 지역에 여러 현지법인이 분산되면서 중복투자의 문제가 발생하는데서 비롯됐다.그러나 지금은현지회사만이 21세기에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생산기지는 앞으로 대부분 외국으로 가져간다.국내에는 디자인개념,개발개념,연구소개념과 반도체와 같은 하이테크제품만 남게 된다.5년내에 VTR·컬러TV까지 해외로 내보낼 계획이다.

미국의 도요타자동차가 더이상 일본만의 기업이 아닌 것처럼 삼성도 한국기업으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해외본사는 우수한 현지인 채용을 통해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지역사정에 정통한 현지인경영자는 소비자와 호흡을 같이 하게 된다.

일본인사장에 미국인이사,한국인부장 등이 조직을 이루는 「제2의 삼성」을 세계 곳곳에 심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1994-01-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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