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손님 즐겁게… 마음 묶도록(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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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1-08 00:00
입력 1994-01-08 00:00
이 글에는 내집 앞을 지나가면서는 당연히 내집엘 들러주어야 한다는 반의가 곁들인다.옛사람들의 생각이 그러했다.어떤 집이건 손(객)의 발길이 끊긴다는 것은 그집에 정이 끊기고 덕이 끊기는 것을 뜻했다.그런 집의 주인이라면 더불어 사귈 만한 상대가 못된다.그같은 낙인이 안찍히기 위해서라도 내집에 오는 손님에 대해서는 서운한 생각이 들지않게 마음을 쓴 우리네 조상들이었다.
이런 경우도 있을수 있다.가난하지만 체면은 차려야 할 집에 손님이 왔다.때가 보릿고개이기까지 하다.보릿고개란 보리가 익기까지의 늦봄 절량기(절양기)로서 굶어죽는 이가 나오기도 하는 「어려운 고개」이다.온식구가 죽을 먹으며 넘길양으로 아껴둔 양식이 달랑달랑하다.하지만 그 양식으로 손님에게는 「밥」을 지어 사랑으로 내가고 집안식구들은 죽으로 끼니를 때운다.
손님 또한 그 사정을 알고도 남는다.자기도 겪은바 있는 터이니까.밥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긴다.죽차지도 제대로 못할 「부엌사람들」생각하면서이다.『손은 갈수록 좋고 비는 올수록 좋다』는 속담이 나온 뜻을 알만해진다.할수 없이 들른 손님인 줄은 알지만 치르기 버거운 현실을 말해주는 속담 아닌가.
오늘의 눈으로 염치없어 뵈는 이런 손님도 무과난문(무과란문:좌전소공19년)은 알았다.집안이 어수선하고 혼란하며 눈치하는 사람의 집에는 들르지 않은 것이다.그래서 손님 끊기는 집은 곧 가운끊긴 것으로 이해되었다.그러니 손님 끊긴다는 것보다 큰 치욕과 불명예도 없었다고 할 것이다.비록 조반석죽일망정 내집에 온 손님은 마음편하게 묵고 갈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전통사회의 마음이었다.
올해는 「한국방문의 해」이기도 하다.나라가 나서서 손님을 치르겠다고 한 해로서 4백만명을 유치할 목표 아래 여러가지 행사도 벌인다.이 손님은 물론 대가 없이 정으로만 오고간옛날의 손님과는 다르다.또 옛날과는 달리 많이 올수록,많이 묵을수록 좋은 손님이기도하다.하지만 잊지 않아야할것은 손님을 생각하는 옛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와서 즐겁고 돌아가서도 한국의 체취를 못잊게 하는 친절과 구경거리 마련이 중요하다.『미녀는 문밖에 나오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만나보길 원한다』(묵자:공맹편)
1994-01-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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