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계개선에 체제사활 걸어/김일성 신년사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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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1-04 00:00
입력 1994-01-04 00:00
김일성 북한 주석의 올해 신년사는 체제위기적 상황으로까지 내몰린 북한의 당면한 경제난 타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북한의 올해 대내외적인 정책이 경제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다시 말해 대내적으로 농업,경공업 및 무역제일주의라는 새 경제전략에 따른 식량·생필품·수출품 등의 생산증대에,대외적으로는 대미·대일 관계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김이 제3차 7개년계획의 실패를 토로하면서 신년사의 총연설시간 27분중 절반정도를 경제부분에 할애한데서 감지된다.특히 김일성이 『수출품 생산기지를 튼튼히 꾸리고 신용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대외무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외개방의 필요성을 인정한 대목이다.
자본주의 국가들과도 「선린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점도 대미관계나 대일 관계개선을 통해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핵문제를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고집한 것 역시 북한이 대미 관계개선에 체제의 사활을 걸고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이번 신년사에서 남북대화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우리의 어깨 너머로 미국만을 상대로 대화하려는 북한의 저의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년사의 문맥만으로 남북관계가 경색 일변도로 치달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당국의 분석이다.한미 양국은 특사교환의 실현 등 남북대화의 의미있는 진전을 핵사찰과 관련한 미·북한간 일괄타결의 전제조건으로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요컨대 『뉴욕의 미·북한간 막후접촉의 진행상황에 따라 북한측이 남북대화에 임하는 태도도 가변성을 가질 것』(송영대통일원차관)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남조선의 문민정부가 역대 군부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등 우리 새정부를 맹비난한 사실은 남북관계의 전도와 관련,다소 불길한 대목이다.김의 신년사가 대내용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톤이 지나칠 정도로 원색적이고 『민족 자주적 입장에서과거를 묻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하겠다』는 지난해의 자세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이 당국간의 공식적인 대화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교란을 위해 통일전선전술을 보다 강화할 것』(허문령 민족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김이 통일문제와 관련,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과 연방제통일방안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구본영기자>
1994-0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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