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희 대우증권사장의 94년 전망(인터뷰)
수정 1993-12-27 00:00
입력 1993-12-27 00:00
『각종 연구소가 내놓는 전망치에서 보듯 내년의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겁니다.따라서 내년 증시도 올해보다 나아질 수 밖에 없죠』 국내 최대의 증권사인 대우증권의 김창희사장은 올해의 종합주가지수가 연초보다 24%나 오르는 등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가장 높았지만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내년도 유망 투자지역으로 한국과 멕시코·인도·태국·프랑스 등 5개국을 꼽고 있다.한국에서는 종목당 발행주식의 10%(국민주는 8%)로 정해진 외국인 투자한도가 최근 대부분 소진되자 우량 종목의 경우 30∼50%의 웃돈이 얹혀 장외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김사장은 이 현상을 외국인들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그만큼 높이 평가하고,또 한국 증권시장에 신뢰감을 지녔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그는 올 들어금융실명제나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 등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준 사건이 많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진 투자기법을 도입,정착시킨 것을 증시의 가장 큰 변화로 꼽는다.외국인들이 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률,자산가치 등 과학적 근거에 의거한 투자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증시 수준이 한단계 높아진 것으로 평가한다.외국인들은 투자종목으로 선택한 회사를 연간 최소 두번이상 직접 방문,공개된 재무제표 등 경영에 관련된 수치들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등 우리로서는 꿈도 못 꾸던 투자기법을 구사한다는 게 김사장의 설명이다.
실명제의 영향도 있었지만 이제까지 뜬 소문에 우왕좌왕하던 국내 투자자들도 요즘 들어서는 외국인들처럼 기업의 보유자산이나 미래 수익성,현금보유 비율 등을 투자지표로 삼는다.정석에 따른 투자행태가 비로소 뿌리를 내리는 셈이다.실제로 올해에는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한 투자의 수익률이 풍문에 의존한 것보다 월등히 높았다.
『주식투자에 자신이 없으면 먼저 투자신탁회사를 찾는게 좋습니다.투신의 상품이 마음에 들지않으면 투자자문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를 하든지,그렇잖으면 증권사의 상담에 의존해야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투자방식이다.또 증권업계에 대해서는 국제화·개방화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약정고 위주 등 과거의 경영방식을 버리고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50년이상의 역사를 지닌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특히 인재양성이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규제 위주로 짜여진 행정관행도 국제화시대에 맞게 대폭 개편됐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지금까지 한건도 신고된 적이 없는 일임매매 문제라든지,세계에 유례가 없는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금지조항,이익금의 40%로 한정된 배당비율 문제 등을 꼽는다.
증안기금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주부터 증시에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등장한 증안기금의 보유물량 매각문제와 관련,『증안기금의 설립 목적이 증시안정인 만큼 증시안정을 해칠 정도로 지나치게 급등하는 종목이 있다면 기금이 보유한 물량을 내놓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분명히 했다.<우득정기자>
1993-12-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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