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개편 매듭… 새진용 성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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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24 00:00
입력 1993-12-24 00:00
◎국제화 대비… 당보다 내각에 “무게”/일하는 정부에 초점… 새로운 개혁 예고/YS가신그룹 전면 배치,추진력 부여

23일의 민자당 당직개편으로 여권의 새로운 진용이 완성됐다.새 진용은 한마디로 「일을 하기 위한 체제」라고 볼수 있다.정치는 철저하게 배제된 셈이다.

권력분포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상도동 가신그룹의 전면배치가 특색이다.이는 김영삼대통령의 당·정·청와대에 대한 강력한 친정체제의 구축으로 귀결되고 있다.이 역시 일을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설명된다.

김대통령은 이같은 새로운 진용을 통해 새해를 「일만하는 해」로 만들려 하고 있다.새 내각에 대해 「제2의 광복」,「제2의 건국」을 지시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김대통령은 이 체제와 함께 임기중 유일하게 소신대로 일할 수 있는 해인 새해의 국정운영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려 하고 있다.목표는 국제화이며,국가경쟁력의 제고이다.또한 선진국 진입이다.

중단 없는 개혁도 시사하고 있다.김영삼개혁의 상징적 인물인 이회창감사원장의 국무총리발탁이 그렇다.측근실세인 최형우의원의 내무부장관 기용도 같은 뜻을 지닌다.남재희노동부장관의 기용도 그가 「5·6공인물」 가운데서는 가장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을 느낄 수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개혁세력의 전면적인 전진배치까지는 의미하지 않는다.남장관을 제외하고는 개혁적 이미지로 다가오는 인물군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효율성과 추진력을 강조한 나머지,첫 조각 때보다 개혁세력이 오히려 후퇴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민주계나 상도동계의 약진을 개혁세력의 전진이라고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세대교체나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인물들은 오히려 퇴장한 숫자가 더 많다.한완상통일부총리·김덕용정무제1장관·이인제노동부장관의 퇴진은 이번 여권의 개편이 성향에서는 보수우경화 했음을 뜻하는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여권의 진용개편에서 개혁보다 효율성과 일에 더 많은 비중이 두어졌음을 비치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은 여권개편에서 철저하게 집권세력의 역학구조 변화 가능성을 경계한 것 같다.권력의 한 중간핵이될 수 있는 총리 자리에 스스로 말고는 아무련 정치적 연결고리가 없는 이총리를 세웠다.나아가 민자당 개편에서도 새진용을 「선량한 관리자」들로 구성했다.대통령의 또 하나의 분신인 이원종전공보처차관을 청와대의 핵심요직인 정무수석에 발탁한 것은 민주계의 공통된 바람이었다.여기에는 비서실장의 권력화 가능성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새 내각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견된다.당정의 역학관계에서 내각을 당보다 우위에 세우려는 대통령의 생각이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청와대는 정무분야를 빼고는 상대적으로 내각에 비해 위상이 약화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정치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려는 뜻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같은 점들은 종합할 때 새해 국정운영의 주체는 내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정치를 젖혀두고,국가경쟁력의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대통령의 의지가 부른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대통령은 새해 내각과 함께 일만 위해 뛸 생각인듯 싶다.

당의 개편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실세들을 철저하게 배제했기 때문이다.실세들은 내각에 있거나(최형우),권력의 밖에 머물고(김윤환·김덕용·서석재)있다.나름의 세를 가지는 이한동의원을 총무에 기용했지만,총장이 아닌 총무란 점에서,그의 세에 비추어 정치적 역학관계의 변화보다는 현상태의 고착화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김대통령은 일하는 해에 정치이야기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다.섣부르게 지자제단체장 선거분위기가 일어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서울시장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으로 분석된다.

당과 정치는 내부개혁을 하면서 그냥 그자리에 있어주면 된다는 계산인 것 같다.그리고 정부는 「열심히 일하는 정부」의 참모습을 갖춰갈 작정인 것으로 여겨진다.그것은 어쩌면 이제까지 볼수 없었던 또 하나의 새로운 개혁이 될지도 모른다.<김영만기자>
1993-12-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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