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여·야의 쌀대응/문호영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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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14 00:00
입력 199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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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개방이 엄연한 현실로 다가온 지금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바삐 돌아가야 할 정치권이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며 숨을 죽이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여당은 공청회다,토론회다 하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대책만 잔뜩 선전하고 있다.야당은 야당대로 UR협상이 끝나는 마당에도 『정부대표단의 협상을 지원한다』는 알듯 모를듯한 명분아래 쓸데없이 거리에서 힘만 빼고 있다.

집권당으로서 정부와 함께 책임의 일단을 공유해야 할 민자당은 눈앞의 반발을 무마하는 미봉에 급급하면서 지나간 대선때 원고까지 들먹이며 책임의 소재를 물어야 한다는등 뒷북을 치고 있다.현지의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에 나서자는 하나마나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이제 와서 잘·잘못을 가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새삼스레 여론을 수집하지 않더라도 획기적인 농촌대책이 절실하다는 사실쯤은 금세 알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뭔가 민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보려는 충정은 이해하나 아무래도 국민의 정서와는 좀 거리가 먼 것 같다.

야당이라고 해서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안중에 없고 문자 그대로 장외에 「야단」을 차려놓고 선동만 하는 형색이다.아직도 쌀시장의 개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명분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국회 본회의를 열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이 또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보자는 건설적인 취지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정치권을 몰아세운다고 해서 당장 이렇다 할 묘책이 나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쌀시장개방이 대부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사안인만큼 여야간의 협상같은 내부의 노력만으로 간단하게 묘방이 나올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치더라도 한두해도 아니고 10년전부터 진행돼온 협상을 남의 일인 양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던 사람들에게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인 듯싶다.

하지만 쌀시장이란 「소」를 도둑맞았을지언정 지금부터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좌우되는 국제경제질서는 앞으로 우리에게 보다 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93-12-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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