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승계」 구도 마무리/「김영주복귀」 무얼 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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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10 00:00
입력 1993-12-10 00:00
◎권력다툼 “끝”… 체제난국 타개 역점/“경제실패” 대대적 문책 인사 예상

김일성의 친동생으로 전노동당조직지도부장 등 핵심요직을 거친 김영주(71)의 권력일선복귀는 김정일후계구도를 마무리지으면서 경제난 등 북한이 당면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총동원체제구축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8년만에 복권

8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위원으로 기용되면서 사실상 숙청된 지 18년만에 복권된 김영주는 한때 김일성의 후계자로까지 지목되던 인물.그는 지난 70년대 초반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으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김정일이 공식후계자반열에 오른 이듬해인 지난 75년이후 사실상 은둔생활을 해왔다.그래서 김영주가 지난 7월17일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준공식에 김부자 등 당고위인사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정계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을 불러일으켰었다.당시 그의 호명서열은 당정치국서열 10위인 당비서 전병호 다음이었다.그러나 당정치국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9일 열린 「전국공산주의미풍선구자대회」에서는 박성철부주석과 김영남정무원부총리겸 외교부장 사이인 7위로 부상했다.

○후계자 거론도

그는 62년부터 10년간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라는 요직을 맡아 북한 당·정·군에 걸쳐 자파세력을 확충해나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김일성 다음가는 실세였다.그는 김정일과의 후계경쟁에서 밀려날 때까지 노동당 정치국위원·중앙위원·정무원부총리 등 핵심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다.

그런 그가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작업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재등장한 점을 북한문제전문가들은 의미심장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핵심요직 거처

서재진민족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영주의 복귀는 김정일의 권력승계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김창순북한연구소이사장도 『김영주가 더 이상 김정일후계구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그의 복귀는 김정일족벌체제의 강화로 볼 수 있다』며 같은 견해를 표시했다.

이처럼 그의 정계복귀는 김정일후계체제가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증한다는 분석에 정대규통일원정보분석실장 등 정부관계자들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즉 그의 재등장이 김정일의 계모인 김성애가 김정일과의 불화로 지난 80년대이후 거의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15일 「여맹」회의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실과 함께 김일성일가의 가족간 갈등관계가 일단락됐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식 표현대로 「기본가」인 김정일과 「곁가지」인 그의 배다른 동생 김평일의 후견인격인 김성애와 김영주간 삼각암투가 김정일의 완승으로 끝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김성애가 참석한 「여맹」전원회의가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결의를 했다는 것과 불가리아대사로 「좌천」되어 있던 김평일이 북한으로 되돌아온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마이너스 성장

심각한 상황에 이른 북한경제는 올해도 마이너스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등 연4년째 뒷걸음질치고 있다.이 때문에 북한당국도 올해말로 끝나는 제3차 7개년계획의 실패를 이례적으로 자인,앞으로 2∼3년간 조정기를 갖겠다고선언했다. 이처럼 북한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김영주의 복귀가 이뤄졌다는 점도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즉 김달현국가계획위원장을 경질한 데 이어 김영주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홍석형을 그 자리에 앉힌 사실은 『대권에 미련을 두지 않고 조카를 돕겠다』는 것을 전제로 김영주에게 경제분야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거나 김을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특사로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실패의 책임을 묻는 대대적인 후속인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구본영기자>
1993-12-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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