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의 농업혁명 서두르자/백영훈(쌀정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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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2-02 00:00
입력 1993-12-02 00:00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은 이제 우리에게는 피하기어려운 폭풍이다.세계 열강국들과의 무역을 통하며 자립경제의 기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 비록 그것이 우리의 현실정에서 너무도 가혹한 타격임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견디어 낼 수 없는 시점에 당도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하겠다.
○국민합의 도출 긴요
물론 시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유리한 유예기간을 확보,피해와 희생을 가급적 줄일 수 있도록 범국가적인 외교활동의 전개가 요청되고 있지만 지금의 국제경제환경에 비추어 막연하게 우리들의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국력을 헛되이 소진시켜서는 안된다.문제는 그러한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범국민적 과제가 무었인가를 찾아내 정부와 국민이 합심하여 스스로의 역할분담을 통해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
UR의 타결과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쌀을 포함한 농산물시장개방문제이다.쌀은 민족의 주식으로 안보적 차원에서 자급과 자립기반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따라서 우리 농민의 생사관계는 물론 자립과 자존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국가경제의 전략면에서도 개방화압력에 소홀히 물러설수는 없다.따라서 온국민의 힘을 합쳐서 쌀시장 개방을 저지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 바탕위에서 볼 때 쌀에 대한 국가안보론이나 자립경제의 이념을 내세우기에는 이미 우리의 국력이나 경제실력이 이를 지탱할 수 없는 시점에 당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문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점을 찾아내는 일과 우리나라 농업구조를 재정립해야하는 과제이다.
우선 UR를 계기로 우리 농업은 근본적으로 선진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구조혁명을 단행해야 한다.쌀은 물론 모든 농산물이 지난날의 낡은 정책 도그마속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지났다.경작여건이 불리하다 하더하도 경작지의 대단위화와 집단기업영농체제의 도입등 토지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근원전 대책에 소홀
지난날 우리의 식량정책은 이중곡가제와 정부구매제도의 온상속에서 매년 되풀이 되는 곡가산정과 정부구매량 책정의 정치적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생산구조 고도화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근원적인 대책을 소홀히 하였던 것도 사실이다.따라서 앞으로의 식량정책은 쌀의 재배기술 새품질혁신과 유통개선등 국제경쟁력 있는 생산체제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나라의 기후와 토질등 천해의 조건으로 한국산 농축산물은 그 맛으로도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이와같은 천부적 기후조건하에서 우리나라 농축산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기술혁신과 연구개발 그리고 유통구조의 혁신이 뒤따른다면 우리농업도 선진국과의 전쟁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 농업은 UR의 높은 파고에 수몰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구조의 대개혁을 전제로한 제2의 농업혁명을 이뤄내야 한다.제1의 혁명이 중산을 위한 녹색혁명시대라고 규정한다면 제2의 농업혁명은 고부가가치 농업구조로의 전환을 말한다.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농업정책은 물론 농협과 농촌진흥원 그리고 일선 군행정에 이르기까지 농정을 이끌어 가고있는 모든 요원과 행정기구가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총체적으로 개편되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으로 UR의 폭풍속에서 우리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길은 소비자의 의식구조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제아무리 값싼 농산물이 우리시장에 범람한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의식구조에 따라서 이를 묵살하고 국산품 애용의 새로운 열기가 불붙을 수도 있다.
○일 소비자 본받아야
이는 최근 그토록 강압적으로 몰고 온 미국의 개방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소비자들이 자국상품 구매우선의 소비취향을 통해서 묵살되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도 범국민적인 민간운동을 내실있게 다져나가면서 참신한 소비자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계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쌀시장 개방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태풍으로 밀어 닥치고 있다. 이 태풍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수 있는 길은 오로지 우리들의 총체적인 정치역량과 국력을 재결집하여 대처해 나가는 일 뿐이다.<산업개발연구원장>
1993-12-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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