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일전문가」로성장하는 삼성물산 엄태훈대리(국제화·선진화의기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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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1-22 00:00
입력 1993-11-22 00:00
◎“일본을 이기려 일본을 배우지요”/정확한 현지인식·꾸준한 자기계발 절실/맹목적 혐오감·막연한 열등의식 버려야

『단기간엔 어렵겠지만 일본을 따라잡는 게 반드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삼성그룹이 일본 전문가로 키우는 삼성물산의 엄태훈대리(30·인사관리실)가 지난 해 6월부터 1년간 일본에 머무르며 체득한 결론이다.기술격차의 해소가 요원하게 보이지만 기업이 앞장서 「극일 5개년 계획」이라도 세워 착실하게 실천하면 21세기 초에는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한다.

엄대리는 단기간이나마 일본을 경험한 자신이 이 일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다.지난 1년 동안 일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귄 인맥을 계속 끈끈하게 이어가면서 일본의 장점과 일본을 지탱하는 모든 요소를 빠짐 없이 습득할 계획이다.요즘도 1주일에 4시간 가량 일본의 서적이나 영상자료를 탐구하며,일본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면 누구라도 기꺼이 만난다.멀지않은 장래에 일본 기업인을 상대할 기회가 생기면 지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펼칠 각오이다.

삼성은 지난 89년부터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입사 3년 이상인 사원을 세계 각국에 1년씩 파견하고 있다.체제비를 대주며 그 나라의 문화와 풍속을 익히도록 해,앞으로 4∼5년 뒤 현지에 부임했을 때 거래망을 뚫는데 지장이 없도록 인맥을 구축하라는 의도이다.지금까지 20개국에 62명이 파견됐다.

『일본 기업의 제도는 우리와 대동소이합니다.결국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의 운영과 조직원의 의식구조에 있습니다』 일본에서 샐러리맨,공무원,대학생,근로자 등 각 계층과 접촉한 결과 조직에 대한 체질화된 충성심,외국인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와 자신감 등이 오늘의 일본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최근 여기저기서 국제화,현지화를 외치고 있으나 의식은 바뀌지 않은 채 목소리만 높인다는 게 그의 솔직한 느낌이다.

『올림픽이 열린 지난 88년만 해도 일본인들은 한국의 맹렬한 추격에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합니다.그러나 지금은 자신들을 결코 추월할 수 없다는 자신감으로한국을 바라봅니다』 그는 일본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막연한 열등의식을 불식시키는 일을 극일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다.



그의 결론은 「일본은 우리의 생각보다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이며,일본 국민 개개인도 우리의 편견처럼 결코 축소지향적이지 않을 뿐더러 능력도 우리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일본에 대한 정확한 인식없이 식민지 시대의 시각으로 일본을 평가해서는 그들을 따라잡기는 커녕 일류화,국제화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국제화의 핵심은 현지화이고,현지화의 첩경은 현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 노력입니다』 엄대리는 아직도 국내 기업문화에서 보편화된 「한건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을 이기기 위한 대장정의 한걸음을 착실히 내딛겠다고 다짐한다.<우득정기자>
1993-11-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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