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교와 APEC/양승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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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1-22 00:00
입력 1993-11-22 00:00
바로 이곳에서 역사적인 아·태경제협의체(APEC)정상회의가 열린 것이다.블레이크섬은 더욱 동양적 풍취가 가득하다고 한다.시애틀 시민들은 백인에 최후까지 저항하던 인디언의 마지막 추장 시애스가 그의 아내와 쫓겨들어와 짧은 여생을 보낸 「인디언 문화의 보고」라고 말한다.
미국의 장소 선정은 「우연」의 결과일까.현지 분위기는 그런 것같지 않다.설사 그렇더라도 지역적 상징성만큼이나 우리 신외교에는 「필연」의 의미를 던진다.우리 외교의 쌍두마차인 한승주외무장관과 정종욱청와대외교안보수석의 의미 부여는 이를 시사한다.한승주외무장관은 아·태지역 최초로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를 『태평양시대를 여는 개막식』이라고 주저없이 평가했다.정수석도 『그동안 안보및 유엔을 위주로 했던 우리의 외교가 서서히 경제외교,태평양중심 외교로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외교가 「태평양 중심의 아·태외교」임을 뜻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그 결정판임을 의미하는 언급들이다.
새 정부들어 우리의 활로에 대한 두개의 논점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하나는 북방외교의 결실을 바탕으로 한 「대륙지향의 외교」와 다른 하나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해양지향적 외교」였다.신외교의 초안을 잡은 한장관은 「해방후 우리의 문화가 일본처럼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만큼 대륙문화권보다는 해양문화권에 가깝다」고 생각한 것같다.신외교의 5대 지표중 하나를 「태평양시대의 지역협력」으로 잡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논점은 북핵문제가 겹치면서 「동북아 다자안보대화」라는 새 외교적 목표가 등장했고 중국과의 공조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그리고 신외교는 두 지표의 접점을 필요로 했다.APEC는 부족하나마 그 「연결고리」이다.96년이후나 논의되겠지만 러시아도 가입을 신청해 놓고 있다.
APEC는 이처럼 우리의 신외교엔 「필연」이다.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블레이크 정상회담은 바로 그 결정판이고.<시애틀에서>
1993-11-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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