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비밀경찰 고문실을 호텔 개조(세계의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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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1-20 00:00
입력 1993-11-20 00:00
체코 지하고문실 관광객에 인기
체코 관광업계가 호텔부족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온갖 지혜를 짜내고 있다.
이러한 고육지책 가운데 하나가 공산치하의 비밀경찰 고문실에서 잠을 자는 관광상품이다.
프라하시내 바르톨로메이스카가에 있는 이 감옥호텔은 바클라프 하벨 대통령도 한때 감금됐던 곳이라는 점에서 톡톡히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1850년대 이래 프란시스코파의 수녀원으로 사용됐던 이 건물은 1948년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뒤 비밀경찰 STB가 관리했다.그후부터 이 지하 감방들은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고문하는 장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때 정치적 박해를 당한 사람 가운데 유명한 인물이 바로 하벨 대통령이다.반체제 극작가였던 그는 4년전 공산주의자들이 몰락한 뒤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40여년간에 걸친 종교적 박해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뎌낸 프란시스코파의 수녀들은 지난 90년에 이 건물을 되돌려 받았다.건물수리를 위해 수녀들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방안이 바로 임대를 해주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거의 80대의 고령에 접어든 약1백50명의 수녀들은 지난 92년 이 건물의 1층과 지하실들을 한 관광회사에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곧 손님을 받게될 이 감방호텔의 1백10개 침대들은 이미 모두 예약이 끝났다.특히 지하실 제6호의 문앞에는 하벨 대통령이 갇혀 있던 곳이라고 쓰인 영어 푯말까지 걸려 있다.넓이가 2평도 채 안되는 이 감방은 4개의 선반식 침대와 세면대가 있다.또 뜰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창문으로 올라가는데 쓰이는 철제 사다리도 있다.비용은 하룻밤에 30달러.육중한 철문의 바깥에는 문을 열지않고 죄수들에게 음식을 넣어주던 작은 창문이 그대로 남아 있다.감옥에 들어 갈 때는 돈이 필요 없듯이 이 호텔도 현찰이 필요없다.비자카드면 족하기 때문이다.<박해옥기자>
1993-11-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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