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철밥통 속성」/정종석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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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0-24 00:00
입력 1993-10-24 00:00
철밥통은 전혀 깨질 염려가 없는 밥그릇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생계가 보장되는 국영기업의 낭비를 상징한다.결정적 잘못이 없는 한 빈둥빈둥 놀아도 내쫓길 염려가 없이 평생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능률이 오를 리 없고 조직 내에 무사안일,적당주의,관료주의가 판치게 된다.
그대로 두고는 경제를 일으킬 수 없다고 해서 시작된 것이 바로 철밥통을 없애자는 운동이다.
능력에 따른 성과급 등 자본주의적 경쟁방식과 이윤동기를 부여한 결과,제법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에도 철밥통 속성이 존재한다.대부분 독점적 성격을 지녀 효율을 높이려는 동기가 별로 없고 따라서 경영실적 또한 좋을 리 없다.
철도나 체신사업처럼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이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철밥통의 전형이다.반면 지난 83년 P호텔에 넘긴 홍익회 사업이나 여행사에서 대행하는 열차표 발매업무 등은 경영쇄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DHL,심부름센터 등 민간 배달사업이 활발한 데도 고객이 우체국을 찾아가야만 하는 가게식 운영은 수십년 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공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관료에 의해,관료적 통제방법으로 운영되는 점이다.
최근 경제기획원의 정부투자기관 운영실태 공개를 계기로 서울신문에 「공기업무엇이 문제인가」가 연재(3회)된 뒤 기자는 많은 전화를 받았다.노조의 항의가 많았지만 문제점을 과감히 파헤친데 대한 격려도 적지 않았다.항의 중에는 『정권교체 때마다 복지국가 만든다더니 국영기업을 복지천국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사촌 땅 사니 배아픈」 것과 뭐가 다르냐』는 구절도 있었다.
철밥통 타파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정부와 공기업이 서로 책임만 따지거나 기득권에 매달리다가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사회주의 국가마저 벗어던진 철밥통을 지키려다간 후손들에게 3류국의 멍에를 물려줄 지도 모른다.
1993-10-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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