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선행지수(외언내언)
수정 1993-10-20 00:00
입력 1993-10-20 00:00
미국의 정책연구단체인 헤리티지 재단과 엠파우어 아메리카는 지난 60년대부터 90년까지의 인구증가율·범죄증가율을 바탕으로 한 문화선행지수(ILCI)를 발표,60년이후 미국의 인구증가율은 40%에 그친 반면 정부가 6배이상의 복지지출을 해왔음에도 강력범죄 6배,사생아출산 4배,이혼율 4배 등 전반적인 문화수준이 퇴보를 거듭해 왔다고 주장했다.
사회학자 제임스 윌슨도 문화란 「남을 위한 희생과 사회적 존경·정의와 질서와 자제력」이라고 말한다.사회적 존경이란 내가 살고있는 사회에 대한 애정이다.범죄와 무질서가 팽배하고 환경이 불결하면 문화를 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의 범죄는 87년 10만4천7백여건에서 92년 강·절도 폭력등 5대범죄 25만6백여건으로 5년사이에 두배가 넘고있다.더구나 서울의 모습은 어떤가.멀리 눈돌릴 필요도 없이 지하도에 난립해 있는 보따리장사꾼들이 서울의 문화부재를 한마디로 대변해준다.법도 질서도 없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극단적인 아우성만이 거리를 더럽히고 있다.
이에 비해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길거리에 심은 풀 한포기,가로수 한그루에도 미의식을 반영한 「살아있는 환경예술」,가까운 일본은 도시를 관통하는 버스와 지하철을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정착시킨지 오래다.
10월이 문화의 달이고 「문화의 날」이 아무리 많아도,또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풍요로운 행사가 넘치도록 이루어져도 이를 향수하는 층의 높은 문화의식 없이는 이는 한낱 의례적인 행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문화란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결정적인 조건이며 문화적 삶이 보장되지 않는한 인간의 품위가 존중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1993-10-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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