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생산 4년째 내리막… “식량 비상”(오늘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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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0-06 00:00
입력 1993-10-06 00:00
최근 농업부문에 대한 김일성의 이른바 「현지지도」가 부쩍 잦아지고 있어 북한의 올해 작황과 관련,관심을 끌고 있다.
김일성은 최근 평남 온천군 소재 3월3일 농장과 6월3일 협동농장을 방문,이들 농장이 『당의 주체농법을 철저히 관철하여 올해 예년에 보기 드문 대풍작을 이룩했다』고 주장하면서 『여러가지 농기계들의 생산을 다그치고 그 이용률을 백방으로 다그치기 위한 조직사업을 철저히 하라』고 독려했다.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김주석은 올들어 이같은 농업부문 시찰을 13차례나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지난 8월31일이후 9월 한달동안 무려 10군데의 농장을 찾아 추수를 독려하는 강행군을 하는등 농업생산에 비상한 관심을 표시했다.
금년들어 김일성의 농업부문에 대한 현지지도횟수와 대상지역이 크게 늘어난 것은 퍽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예년의 경우 김일성은 3∼4군데 정도의 농장에 대한 현지지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81세의 고령인 김일성이 이처럼 농업부문에 대한 현장독려에 발벗고 나선 사실 그 자체가 북한의 올해 작황이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김주석이 빈번하게 협동농장을 방문하고 있는 것은 현지확인을 통한 식량수급대책마련과 함께 식량증산독려에 그 의도가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이는 김주석의 현지지도 직후 인접지역에서 생산증대를 위한 과업과 대책에 대한 김일성의 교시내용 관철을 위한 궐기대회가 어김없이 열리고 있는 데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선전매체들을 총동원해 연일 올해 작황이 대풍작이라고 선전하고 있다.이는 악화일로에 있는 식량난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의 낙후된 영농기술과 만성적 비료부족을 감안,농업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의 총곡물생산량은 지난해의 4백26만8천t수준에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의 곡물생산량이 연 4년째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또 다른 근거는 냉해등 세계적인 이상기후현상에서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북측도 최근 중앙방송의 보도를 통해 『냉해가 심한 불리한 자연조건』이라면서 『이처럼 어려운 조건하에서도 안전한 수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이를 간접적으로 시인했다.대부분의 농업전문가들은 동아시아국가들의 올해 쌀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특히 북한은 북쪽지역에 있기 때문에 냉해의 피해가 훨씬 심했을 것』으로 보고 12∼15%의 감산을 예상하고 있다.
북한은 연일 대풍작을 자랑하면서도 식량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이미 금년 8월말 현재 총63만4천t의 곡물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통일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33만t의 각종 곡물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캐나다산 23만t,태국산 5만9천t,러시아산 1만5천t등의 외국 곡물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2천2백만명에 이르는 북한의 금년도 곡물수요량을 6백58만t으로 추산할 경우 총식량부족량이 2백31만t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구본영기자>
1993-10-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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