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독일 경험으로 본 한반도통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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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0-03 00:00
입력 1993-10-03 00:00
◎남북한 통화 통합은 맨 나중에/대북 재정지원… 공공투자로 실업 방지

통독 3년을 맞은 독일의 현실은 분단상태의 우리에게는 귀중한 간접 경험이다.특히 현재 옛 동독지역의 경제회복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히는 생산성을 뛰어 넘는 급속한 임금상승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똑같이 겪어야 할 「경제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구 동·서독 두 지역의 경제가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통합과정에서 경제적 논리에 기초한 충분한 검토가 없이 정책을 결정,통일 후유증이 심화됐기 때문이다.따라서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해 예상되는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북한간 각종 제도의 일원화 및 두 지역 정책의 조정등 경제통합의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일 발표한 「독일통일 3주년의 경제적 평가와 남북한 경제관계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옛 동독지역의 경제는 초기의 침체를 넘어서 92년 6.8%,올 상반기 5.1%의 성장을 기록했으나 아직까지 자생력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옛서독의 경제도 과다한 통일비용의 부담으로 물가와 국제수지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여기에 독일연방 은행의 고금리정책으로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있다.올해 전체 독일의 경제는 전후 최악의 수준인 마이너스 1.9%의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실업률도 줄지 않고 있다.공식적인 실업률은 15% 수준이다.그러나 정부의 각종 고용안정 대책이 없을 경우 실업률은 약 30%에 가까울 것이라는 분석이다.때문에 옛 동독지역의 주민생활 안정과 경제재건을 위해 통일 이후 10년간 약 2조마르크(1조2천3백억달러) 정도의 막대한 통일비용이 필요하다.이중 75%는 정부의 재정에서 지출돼야 하는 돈이다.이를 위해 연방정부는 세금을 더 걷거나 해외로부터의 자금을 차입하는등 출혈정책을 쓰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KDI는 한반도의 바람직한 통일방안이 「선 북한지역 체제전환,후 점진적·단계적 통일방안」이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통일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인구의 급격한 이동에 따른 혼란 및 북한지역 노동력의 공동화,남한에서의 주택·의료등의 사회문제,대량 실업,인플레 압력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진적인 통합을 이루더라도 먼저 통합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방안과 재원조달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금융제도의 통합을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전환 과정에서 중앙은행과 기타 금융기관의 기능을 나누는 2원적 금융제도가 필요하다.사회주의 국가의 보편적인 기업보조금 제도도 없어져야 한다.

통화통합은 경제통합의 마지막 단계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남북한간 생산요소 및 상품의 완전한 이동이 허용되기 이전에는 북한 지역에 독자적인 화폐제도를 유지해 환율을 통한 충격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한의 재정통합시 대북 재정지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따라서 소요재원의 최소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KDI는 체제 전환과정에서 예상되는 북한의 대규모 실업문제와 관련,초기 단계에서는 고용효과가 높은 공공투자를 통해 실업을 최대한 흡수하되 장기적으로는 북한지역의 산업육성 및 직업교육등 물적·인적 자본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정종석기자>
1993-10-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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