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이 데드라인” 축소 안간힘/재산등록 마감 이모저모
수정 1993-09-12 00:00
입력 1993-09-12 00:00
지방 공직자들의 재산등록 마감일인 11일 접수창구는 그동안 눈치를 보아온 일부 공직자들이 뒤늦게 접수를 하느라 바삐 움직였으나 대부분이 전날 하오 등록을 마쳐 큰 혼잡은 없었다.
공직자들은 등록마감 직후 서로의 등록액을 물어보는 등 재산 규모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웠으며 일부 재력가들은 언론사로 뛰어다니며 재산 내역을 자진 해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재산등록 마감 결과 일부 공직자들은 김영삼대통령이 10억이상의 재산을 가진 공직자에 대해 재산형성 과정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을 의식한듯 10억원을 넘지 않게 하기 위해 배우자와 자녀의 재산을 빼는 등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했다는 후문.
○이봉희의원 3억
○…그동안 「복마전」이란 오명이 씌워져 수십억원대 등록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시는 의외로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 적어 일단 안도하는 모습.시 관계자들은 『잦은 감사를 통해 직위를 이용한 부정축재자들이 서울시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마감일인 이날 48명이 「소나기」 등록했으며 이중 13명은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인 하오 1시를 넘겨 등록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서울시의회 의원중 신안비치호텔과 신안건설을 소유하고 있는 우경선의원이 3백3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김대중 전 민주당대표의 비서생활을 오래 한 정흥진의원이 월세 보증금 2백20만원을 포함해 5백만원을 신고,가장 적었고 가수인 이선희의원은 3억원을 등록.
○…서울시에서 마감일까지 등록을 하지 못한 공직자는 부도사건으로 해외도피중인 선덕학원이사장 김희건 서울시의회의원과 부도사건으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중랑구의회 강민구의원등 2명.
○…서울 강남과 경기도 일대에 많은 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K·L·H·C모씨 등 서울시 구청장들은 한달남짓 눈치를 보다 마감 하루전인 10일 부랴부랴 등록한 뒤 정작 이날은 토요일인데도 일제히 관내 순시에 나서 눈길.
본청 고위직 가운데 강덕기 기획관리실장(1급)은 9억2천여만원을 등록했는데 투기 바람이 일었던 경기도 용인군 수지면에 5필지의 땅을 소유해 주목.또 이호 전 법무장관의 아들로 상속재산이 많기로 유명한 이동 지하철건설본부장은 부친의 재산을 제외하고 30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액수를 신고.
○…1차 재산등록때 8억6천여만원의 재산을 등록했던 이양우 전남도교육감은 이번에는 3억8천여만원을 등록,오히려 5억원가량이 감소.이교육감은 『지난번에는 분가한 두 아들의 재산까지 포함했으나 독립해서 산지 15년이 넘어 이번 등록에는 뺐다』고 해명.
○…공직자 윤리법상 지방의회 의원들의 재산 등록이 모순이라며 반발,법개정 요구를 위한 서명까지 했던 광주시의회 의원들은 여론에 좋지 않게 비쳐지자 막판에 등록을 하느라 부산.민주당 일색인 광주시의회 의원들 가운데 야당에 몸담아온 의원들은 자칭 「극빈층」에 속한 반면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의원들은 1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재산 규모가 천차만별.
○…노점상 출신인 전주시의회 임평식의원은 전세금 1천6백만원,선산 3백만원 등 1천9백만원을 신고하려다 「체면이 서지 않아」 지난 5월 딸이 시집갈 밑천으로 가입한 1천만원짜리 적금을 포함시켜 2천9백만원을 신고했다고.
○가족이 대신 제출
○…전북 시·군의회 의원들 가운데 질병으로 입원중이거나 옥중에 있는 의원들이 가족들의 도움으로 등록을 해 동정을 사기도.정읍군의회 문인필의원은 전북대병원에서 위수술을 받았으나 딸을 통해 10일 등록을 마쳤으며 전북대병원에 입원중인 부안군의회 이병학의원도 가족들을 통해 등록.이밖에 설대규 전주시의회 의원은 사기죄로 전주교도소에 수감중인데도 가족들이 대신 등록서류를 제출.
○…부산시의원들은 재력가로 알려진 일부 의원들이 재산등록마감일 까지 등록을 늦추자 의회주변에서는 이들의 재산규모를 두고 설왕설래.특히 의회내에서 2,3,4위의 재력가로 알려진 서석호 권영진 김영수의원등이 모두 1백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자 역시 소문대로 라며 한마디씩.이에대해 일부에서는 이들이 막판까지 등록을 미룬것은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지방정가에도 한바탕 회오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경남도의회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등록한 이일성의원(55)은 『줄일 것도 늘릴 것도 없다』며 빚만 6백만원을 신고.
○…바다모래 불법 채취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구속된 인천시 의회 이기상의원이 지난 10일 개인 비서관을 통해 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이의원의 재산등록은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사퇴설을 부인하는 것으로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
○…서울시의회 의원 가운데 구속된 김병식의원과 김상복의원등 의원2명은 각각 대리등록과 연기신청을 통해 재산등록 거부를 모면.
김병식의원은 지난10일 가족을 통해 대리등록을 했으며 김상복의원 가족은 11일 하오 늦게 백창현의장에게 등록연기를 요청.
또 구태수의원등 용산구의회 의원 3명과 구속된 서울시 안종관중랑구부구청장은 각각 연기신청을 내 앞으로 20일 이내에 등록을 마치면 된다.<전국 연합>
1993-09-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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