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관광단(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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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9-11 00:00
입력 1993-09-11 00:00
지난해 한 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불법체류자」는 연변에서 온 어느 교포부부의 고국생활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그들은 『서울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관광비자로 왔다가 아파트공사 현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는 불법체류자였다.

중국에서 교사직으로 받던 월급은 2만원에서 3만원.그 액수를 서울에서 하루 일당으로 벌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준 일확천금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중국에서 2∼3년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인데다 석달만 벌면 「집 한채」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덕수궁 담을 따라 장사진을 쳤던 교포한약재상들도 마찬가지다.그들의 중국에서의 직업은 의사·은행원·학교장에다 공장간부 등이었으나 돈을 위해 직업을 내던졌다.단속이 심해지자 여관이며 술집종업원,공사장 잡역부로까지 풀려나갔었다.요즘은 성남시 모란장에까지 모습을 드러내어 여전히 해구신 등의 한약재로 하루 5만∼10만원의 매상을 올린다는 얘기다.

약을 팔다가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약재를 내팽개치고 숨었다가 다시 얼굴을 내밀만큼 세속에 밝고 약아지기도 했다.

현재당국에 자진신고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6만1천2백여명.그중에 중국교포가 2만2천명으로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4만∼5만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엊그제 갓 입국한 중국인 관광단이 무더기로 잠적,이들도 필시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코리아 드림」을 꿈꾸고 온 중국교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한때는 그들이 「동포」라는 이유로,또는 구질구질하고 힘든일을 마다않고 값싼 임금으로 메운다는 사실로 방치하기도 했다.그러나 지금은 온나라가 허리끈을 바짝 조여야 할때,교포는 외국인과는 다르지만 막연한 동정심은 금물이다.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을 단단히 단속하지 않으면 수습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커질지 모른다.
1993-09-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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