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의 경제(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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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28 00:00
입력 1993-08-28 00:00
영국의 존 미튼이란 사람은 하루에 8병 가량의 적포도주와 거의 같은 양의 브랜디를 마셨고 살을 에는듯 추운 날씨에도 속옷바람으로 사냥에 나섰다.술과 스포츠는 그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향락의 하나였다.

그의 돈씀씀이는 너무 헤퍼서 친구나 하인들에게 돈뭉치를 안겨주거나 관목울타리에다 금화를 뿌리는게 취미였다.물론 부모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은 15년도 못되어 바닥이 나버렸고 그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18 34년 채무자형무소인 킹스벤치 감옥에서 37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세계기인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오늘날의 미국 부자들은 상당히 실용적으로 바뀌었다.그들은 뉴욕 5번가에 세워진 최신 맨션 올림픽타워에 숙소를 마련하거나 니만­마커스백화점 체인의 제품 카탈로그 수취인 명부에 올라있다.호화요트 전용헬리콥터 비행기와 잠수함도 그들이 소유할수 있는 권한의 하나다.그들은 졸부가 아니라 남북전쟁후 밴데일드 카네기 록펠러로 이어지는 유서깊은 가문의 부호들이다.

한때 일본 주간지에까지 소개된 서울 강남의 오렌지주들은 외제 승용차와 외제 사치품,먹고 마시고 노는데만 한달용돈 「4∼5백만원을 쓴다」고 해서 세인을 경악케 했다.

그들의 돈은 부동산투기등으로 길거리에서 거저 얻은 공돈같은 것으로 아무리 쓰고 써봤자 아까울리 없었다.또 줍거나 벌면 그뿐이기 때문이다.그로 인해 호텔레스토랑 전문음식점 룸살롱 등의 때아닌 호황과 과소비 풍조가 만연되어 이를 구경하는 돈없는 사람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어야 했다.

그러나 새정부의 사정없는 사정과 개혁바람에 밀려 노력없이 벌수있는 「떼돈」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한국은행 발표에 보면 2·4분기 우리국민 가계소비지출은 생활에 필수적인 의료보건 수도 광열비에 치중하고 유흥비등은 1분기보다 1천8백억원이나 줄었다고 한다.굶주린듯 날뛰던 돈의 한이 과도기를 거치고 이제야 비로소 모든 것이 정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사치의 반대가 절검이라면 「절검이 바로 성실」이라는 말이 새삼 상기된다.
1993-08-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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