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부청사 3∼4년내 사라진다/김 대통령의 “조속해체” 지시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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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8-10 00:00
입력 1993-08-10 00:00
김영삼대통령이 9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중인 옛 총독부건물을 가능한한 조속히 해체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했던「국립중앙박물관 이전총독부건물 철거」계획이 급진전하게 됐다.특히 김대통령의 지시 중에는 총독부건물을「해체」하라는 것과 국립중앙박물관을「건립」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그동안 학계를 비롯,관련단체 등에서는 총독부건물을 경복궁 경내에서 철거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었지만 철거후 자리를 옮겨「역사적 유물」로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완전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왔기 때문이다.더욱이 김대통령이 지난 4월 문화체육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이전·복원」을 지시한 뒤로는 건물 자체는 보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왔다.그러나 이번 지시로 해체가 최종결정돼 1916년 이후 한국 정치사의 중심지에 자리잡았던 옛 총독부건물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또 김대통령이『5천년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에 합당한 국립중앙박물관을 국책사업으로 건립하는 문제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중앙박물관도 전쟁기념관등 기존의 건물로 옮겨가기 보다는 새로 짓는 방향으로 결정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총독부건물 철거문제는 지난 89년부터 거론돼 왔으며 새정부 출범후 활발하게 추진됐다.그러나 당초 중앙박물관 이전장소로 예정됐던 용산 미8군기지를 경기도 지역으로 옮기려던 계획이 지난 6월초 무산되면서「박물관 이전총독부건물 철거」일정이 벽에 부딪쳤다.이후 용산에 짓고 있는 전쟁기념관을 중앙박물관으로 전용하는 방안이 한때 민자당 쪽에서 나왔으나 정부측에 의해 부인됐다.
이처럼 총독부건물 철거여부가 불투명해지자 한국민족운동사연구회(회장 조항래)등 9개 역사연구단체는 지난달 9일 공동성명을 내『민족의 정통성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는 옛 총독부건물은 하루빨리 철거하고 경복궁이 복원되어야 하며,따라서 국립중앙박물관도 마땅히 빨리 이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성명서 발표에 참여한 단체는 한국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이어서 이 문제에 관한 학계의 의견은 명확하게,또 일치되게 표출된 셈이다.
이번의 「해체지시」가 발표되자 학계는 이를 전폭 지지하고 있으며 이와함께 시일이 더 걸리더라도 독립된 국립중앙박물관을 짓기를 바라고 있다.이현희 성신여대교수는『자유당정권이나 역대 군사정권들이 하지 못한 일을 문민정부가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앙박물관 이전부지 선정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문화체육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기존 계획을 재검토하는등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문화체육부는 새 박물관 부지로 꼽았던 ▲용산의 서울시가족공원▲서울 중구 필동 수방사자리등 4∼5곳가운데 서울시가족공원을 확정했다.
총독부건물은 지난 16년 일제가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 근정전 앞에 세웠으며 해방후에는 군정청,정부수립 후에는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됐다.5·16이후 대통령은 쓰지 않고 중앙부처가 들어선 중앙청으로사용되다가 중앙박물관 용도로 결정돼 83년 5월 중앙청은 철수했다.그뒤 3년간의 수리기간을 거쳐 86년 8월 중앙박물관이 들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이용원기자>
1993-08-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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