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부실과 경제논리/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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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7-31 00:00
입력 1993-07-31 00:00
국제그룹 해체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양정모씨와 국제그룹 스토리가 다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그러나 해체당시와 지금 양씨와 국제를 바라보는 세인들의 시각과 평가는 매우 대조적이서 그간의 시대변화를 실감케 한다.

85년 2월21일 그는 「부실기업인」의 오명을 안고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당시 신문지면을 뒤덮었던 국제그룹 스토리는 「부실재벌에 고단위 처방」「족벌경영에 철퇴」「방만한 기업경영이 자초한 비극」등으로 묘사됐다.

8년5개월이 지난 지금은 국제 스토리가 「정치보복에 쓰러진 기업」「권력비리에 항거한 투사기업인」 등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권위주의시대가 끝나고 문민시대가 열린 결과로 나타난 부산물이다.국제 스토리가 다시 쓰여지게 된 집적적인 계기인 헌재의 국제그룹 해체 위헌결정도 이같은 시대변화의 큰 흐름속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국제 해체가 「정치적 타살」이었음이 밝혀진 것과 기업주의 경영부실 책임여부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대통령의 위법행위가 「통치행위」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로 그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는 것이 「법의 논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주의 경영부실 책임이 다른 이유로 면책되거나 가려질 수 없다는 것 또한 냉혹한 「경제논리」이다.



국제는 해체당시 계열사의 전체 자본금이 1천9백여억원에 불과했지만 무리한 기업확장과 방만한 투자로 부채는 그 8.5배인 1조7천억원에 달했다.경제가 불황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대규모 사옥 신축과 골프장 건설을 강행했고,자금난은 극도로 심해져 완매채와 타입대 등의 변칙금융으로 겨우 연명했다.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부각된 정치권력의 기업 「학살」과 이로인해 기업주가 겪어야 했던 시련과 회한의 나날들에 대한 연민의 정때문에 이같은 경영부실의 내면이 가려져버린 느낌이다.부실기업의 정리는 적법 절차와 함께 경제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염주영기자>
1993-07-3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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