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서도 「큰 흐름」엔 수긍/개혁을 보는 민주당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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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6-03 00:00
입력 1993-06-03 00:00
민주당이 내리는 김영삼정부 1백일 평가는 한마디로 개혁의 큰흐름은 인정하나 방법상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총론적 접근보다는 각론에서의 문제점 제기에 치중하는 인상이 짙다.예컨대 과거처럼 「잘못됐다」라는 대전제 아래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적 기대와 일치하고 있는가,또는 절차와 순위가 올바른가 등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대여견제와 비판이라는 정치적 시각에서 예전같은 강도나 무게를 찾아보기가 힘들다.이는 민주당이 처해있는 한계와 고민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임채정의원이 『당이 개혁을 분석·비판은 하지만 대안이 없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방법상의 문제점을 철저히 부각시킴으로써 「개혁정국」에서의 입지확보및 강화를 노린 흔적이 역력하다.김병오정책위의장은 총평을 통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제도개혁을 사정과 의식개혁 뒤로 미루고 있어 일과성으로 그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기택대표가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지만 평가는 전반적으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먼저 새정부가 설정한 개혁목표,즉 군사문화청산은 국민적 기대와 시대적 요청이라는 점을 들어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민주당의원들이 『김영삼정부 출범후 1백일동안 정부가 올바른 개혁을 추진할수 있도록 수구세력의 저항에 맞서 적극 협력해 왔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소외되고 대통령중심의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국민과 국회를 관객으로 전락시키는 「극장식당」식 개혁은 지속적 추진을 담보할수 없다는 논리이다.최근의 「사정개혁」과 관련,노무현최고위원은 『사정의 방향이 숙청 또는 정치보복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규정했다.달리 해석하면 민주당이 그동안 개혁돌풍속에서 느꼈던 무기력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분야에 있어서는 형평성을 상실한 부정비리수사,불완전한 과거 청산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박상천의원은 『표적수사,성역있는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신질서를 위한 제도개혁에 소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예를들면 12·12사태,5·18광주민주화운동등의 진상규명이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이러한 불완전한 청산은 결국 문민정부의 「족쇄」로 작용,창조를 위한 개혁을 어렵게 만들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광옥최고위원도 『제도개혁없이 개혁은 있을수 없다』고 단언했다.
경제부문을 보는 시각은 특히 비판적이다.경제활성화에 역점을 둔 신경제개혁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고려할 때 실패할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무리한 경제활성화대책은 물가안정 기반을 무너뜨리고 고통분담에 나선 서민생활에 주름살만 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박지원대변인이 『현 경제팀은 전혀 개혁의지가 없는 낡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전면교체까지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 부문의 평가는 주로 교육분야에 쏠려있다.입시부정,해직교사 복직등에 있어 정부의 개혁의지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의 진단은 전체가 아닌 사안별로 내려지고 있으며,그것도 개혁추진에 따른 부산물에 집중되어 있다고 볼수 있다.<양승현기자>
1993-06-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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