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부실 키운 억지 「합리화」/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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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5-29 00:00
입력 1993-05-29 00:00
한양에 대한 법정관리 준비절차로 재산보전처분 명령이 떨어짐에 따라 상업은행이 그동안 한양에 쏟아부은 9천1백억원은 이자 한푼 못받는 부실여신으로 변해버렸다.이는 상업은행 전체 수익성 자산(약 20조원)의 5%에 육박한다.은행을 골병들게 만들기에 충분한 규모이다.
그런데도 정지태상업은행장은 지난 24일 한양의 인수자로 떠오른 박부찬주택공사사장을 찾아가 주공이 한양을 인수하는데 손해가 없도록 할 것임을 굳게 약속했다.인수만 해 준다면 온갖 특혜성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총부채 1조9천억원의 부실덩어리를 떠넘기는 정행장의 입장이 저자세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이해가 간다.따지고 보면 상은에 한양은 더할 수 없는 악연이다.지난 86년 9월 산업정책심의회가 결정한 이른바 산업합리화 조치에 따라 5년간 원금은 물론 이자도 못받는 뭉칫돈을 한양에 이미 한차례 쏟아부었다.그중 3천5백11억원이 지금도 「산업합리화 여신」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상은의 발목을 꽁꽁 붙들어 매놓고 있다.7년이 다 된 지금 이자가 2천6백억원이 붙었어도 받지는 못하고 장부에만 올라 있다.
3천5백11억원의 「산업합리화 여신」이 7년 만에,이미 부실화된 9천1백억원에다 앞으로 추가지원될 특혜성 금융을 포함,1조수천억원의 부실여신으로 바뀌는 꼴이다.상은의 발목을 잡아맨 과거의 「산업합리화 여신」은 결과적으로 부실을 키운 「불합리화 여신」이 된 셈이다.
돈만 퍼주면 부실기업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경쟁의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한양건의 「산업불합리화 여신」은 부실기업을 억지로 살리기 위해 금융을 지원하면 오히혀 부실을 더 키울 뿐이라는 경제논리를 확인해 주는 사례이다.
1993-05-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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