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자의 상처/지명 청계사 주지·문박(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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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5-23 00:00
입력 1993-05-23 00:00
나가세나 비구는 상처의 비유로 왕의 질문에 답변한다.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부상을 입어서 몸에 상처가 생길 수가 있다.사람들은 그 상처를 잘 소득하고 연고를 바르며 부드러운 것으로 감싼다.상처를 아주 소중하게 다룬다.그러나 이때 사람들이 상처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상처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다.상처를 치료하지 않으면 그것은 더 악화되고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은 아홉구멍을 가진 상처투성이이다.두개의 눈구멍,두개의 귓구멍,두개의 콧구멍,입구멍,소변구멍,그리고 대변구멍에서는 끊이없이 오물이 새어 나온다.만약 잘 간수하지 않으면 어떻게 잘못될지도 모른다.그래서 구도자에게 있어서 몸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인 줄을 잘 알면서도 그 몸을 상처처럼 소중히 보호한다.
사람의 몸만이 상처가 아니라 사람의마음도 상처뭉치이다.사람은 나름대로 자기의 「나」를 만들고 그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풀이한다.그 「나」에게 이롭게 하는 듯이 느껴지는 것이 있으면 동지이고 해롭게 하는 듯이 느껴지는 것이 있으면 적이다.「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는 특별한 비극이 된다.억울한 일이 된다.심장 상하는 일이 된다.「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풀이하는 이 마음은 정상이 아니다.이 마음은 상처이다.상처이기 때문에 도를 구하는 사람은 마음을 소중히 다룬다.마음이라는 상처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사람의 마음은 「내것」을 만들고자 한다.하나를 가지면 둘을 가지고 싶고 말을 타면 종을 두고 싶다.끊임없이 「내것」을 추구하는 이 마음도 정상이 아니다.치료해야 할 상처이다.그래서 도를 구하는 사람은 상처인 마음을 소중히 다룬다.그 상처를 방치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쟁기로도 막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도자는 몸과 마음을 중요시하지 않는다.그러나몸과 마음을 소중히 다룬다.그것들은 어떻게 악화될지 모른 상처이기 때문이다.
1993-05-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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