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실천과 수범보이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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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5-13 00:00
입력 1993-05-13 00:00
전경련은 기업집단체제(경제력집중)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을 수용하며 기업집단체제의 단점을 재계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전경련이 경제력집중의 단점을 인정하고 스스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것은 일응 변화로 보인다.

재계집단은 그동안 대기업그룹이 국제경쟁력제고와 경영위험분산을 도모하는 등 국민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얼마전 경제 5단체장회의와 재벌그룹 기조실장회의에서도 종전의 논리를 되풀이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제력집중완화시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정부건의문을 내기로 했었다.그러던 재계가 방향을 바꾼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재계의 자세전환은 문민정부의 경제개혁의지가 강하고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데에 기인되고 있다.재계는 과거에도 정치적 변혁이나 사회적 혼란이 있을 때 나름대로 적응의 논리를 펴거나 지지의 입장을 표명,위기적 상황을 넘긴 일이 종종 있다.재계는 3공화국이 지난 72년 유신을 선포했을 때,80년 신군부가 5공화국을 탄생시켰을때에 「경제계의 다짐」 또는 「기업윤리강령」을 발표한 바 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경제계는 건의형식을 빌려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를 했다.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부에 대응하면서 나름대로 생존방식을 모색하려는 자세가 역력했다.그러던 재계가 태도를 바꾼 것은 전략상 불가피한 수정 내지는 생존을 위한 적응으로 보인다.그런 해석은 과거 전환기때 재계의 행동과 이번 발표문의 모호성 내지는 상호모순에서 찾아진다.

전경련은 「신경제 5개년계획에 대한 경제계입장」이란 발표를 통해 신경제 5개년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면서 신경제계획의 주요내용의 하나인 경제력집중 완화문제는 경제계 자율에 맡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또 정부가 은행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대기업이 갖고 있는 은행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적극동참과 자율간에 상호 모순이 발견된다.또 금융기관은 그 공공성 때문에 완전 자율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완전 경영자율화가 될 때 주식을 팔겠다는다는 것은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재계가 또다시 「자율적 해결」로 현 상황을 넘기려 할 경우 재벌해체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재계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뼈를 깎는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일대 의식개혁이 있어야 하고 선언적인 국민여론 수용이 아닌 실천과 수범이 있어야 한다.신경제 5개년계획에 적극 동참하는 의미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1993-05-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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