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힘/지명 청계사 주지·문박(굄돌)
기자
수정 1993-04-28 00:00
입력 1993-04-28 00:00
한 고명한 의사가 있었다.그는 아무리 깊은 병에 걸린 사람도 치료할 수 있었다.어느날 뼈만 앙상한 환자가 그 의사를 찾아 와서 치료를 부탁했다.췌장암에걸려 있는데 수술해 달라는 것이었다.의사는 그 환자의 배를 갈랐다.암균이 췌장뿐만 아니라,온 몸 전체에 퍼져 있었다.그러나 의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수술을 했다.그렇지만 그가 수술한 부위는 췌장이 아니라 맹장이었다.맹장수술만 한 셈이다.그리고는 그 환자에게 암균을 제거했으니 곧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기적이 일어났다.그 환자의 병이 완전히 치료된 것이었다.
무섭기로 유명한 한 검사가 있었다.부정부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나라의 지도자들이,그 검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을 주면서 나라를 바로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그 검사가 사정의 칼을 들고 나라의 부패균을 수술하려고 했다.가진 사람의 배속도 들여다 보고 못가진 사람의 마음도 열어 보았다.부패의 암균은 한 곳에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온 나라 전체에 퍼져 있었다.기득권자는 기성부패자요,미득권자는 예비부패자였다.그래서 그 검사는 칼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작은 부패 덩어리 하나를 잘랐다.피가 솟았다.그는 피묻은 칼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앞으로 몇년만 수술을 계속하면 이 나라의 부패병은 완전히 치료된다』고.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그 나라의 부패가 완전히 치료되었다.순전히 상징의 힘이었다.
1993-04-28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