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관객 배꼽 빼는 코미디영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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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4-27 00:00
입력 1993-04-27 00:00
「손님」이라는 프랑스영화가 이 나라에서 4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이것은 과거 10년동안 어느 프랑스 코미디영화도 못따르는 기록이다.그야말로 프랑스인이 곧잘 영어로 표현하는 「빅 뱅」(대폭발)이다.
○제작비 6천만프랑
재미있다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개봉한지 석달이 지난 현재도 영화관들은 여전히 손님들로 만원이다.43세의 제작자 알랭 테르지앙이 『프랑스영화의 어쩔수 없는 퇴조란 천만의 말씀이란 증거』라고 뻐길 만하다.이 작품은 막강한 할리우드영화들에 눌려 빈사지경에 빠져있는 프랑스영화의 자존심을 되찾게 했다.
특히 희극영화가 이런 히트를 친 것은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진다.코미디라면 TV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손님」은 제작비를 적게 들이고도 재미를 보았다.테르지앙은 『관객을 끌려면 적어도 1억프랑(약 1백60억원)은 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이 작품제작엔 6천만프랑도 채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는 54번째의 작품인 이 영화에서 마침내 노다지를 캐낸 것이다.
○자동차와 칼싸움
중세의 기사 고드프루아와 그의 하인자크누이유는 마법사가 지어준 약을 먹고 아스팔트길과 자동차,송전탑과 전등불 따위의 괴물이 그득한 20세기의 세계에 갑자기 떨어진다.칼을 빼들어 자동차와 싸우고 화장실 변기에 손을 씻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발한다.기사는 우연히 자신의 직계후손과 상봉하며 또한 마법사의 후손과도 만난다.선대의 유언을 지켜 약의 비방을 대대로 물려받아온 마법사의 후손은 기사를 다시 중세로 돌아가게 해준다.
타임머신같은 착상의 이 영화는 미국영화 「백 투 더 퓨처」처럼 재미있다.얼핏 보기엔 「백 투 더 퓨처」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그런데 왜 이토록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가.영화잡지 「영화노트」에 따르면 「프랑스식 코미디」이기 때문이다.프랑스 감독과 배우가 프랑스의 역사를 배경으로 프랑스인의 감정에 잘 맞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장 마리 푸아레감독은 이 영화에 역사와 가족의 가치,문명발달과 환경파괴,인권문제 따위를 양념처럼 얹음으로써 단순히 웃고마는 코미디에 그치지 않게 했다.천년의 세월을 사이에 둔 조상과 후손의 해후는 프랑스인들에게 역사와 가족의 뿌리를 생각하게 한다.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게 배역을 잘 캐스팅한 것도 성공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기사역을 맡은 르노는 희극배우같지 않고 웃지도 않지만 그의 진지한 표정때문에 사람들은 웃는다.클리비에는 원래 유명한 코미디언이고 기사의 후손 베아트리스역을 맡은 여배우 발레리 르메르시에는 유달리 이 영화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대사흉내내기 유행
베아트리스는 『오케』(OK)라는 말을 자주 쓰며 기사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 때마다 『미치겠군』하고 내뱉는다.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두 마디 말의 흉내가 대유행인데 누군가가 이를 흉내내면 모두 허리를 잡는다.이런 유행어도 관객동원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파리=박강문특파원>
1993-04-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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