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외언내언)
수정 1993-04-27 00:00
입력 1993-04-27 00:00
사실이었던지 아닌지 모를 풍습이었지만 가슴 섬뜩해지는 얘기다.먹고살기 어려워서였던 것일까.한데,문명화한 오늘에도 그런 유형의 가슴저려 오는 얘기는 있다.「현대판 고려장」.대구에 사는 올해 쉬흔두살의 한초로는 스무살난 아들과 짜고 여든한살된 자신의 노모를 남을 시켜 버리게 한 것이다.그래서 노파는 죽었다.야인들만도 못한 그 초로의 자식은 「마지막 성찬」을 베풀어 드렸을 것 같지도 않다.팔순노모는 곰이 됐을까,호랑이가 됐을까.
부자가 다 노동자이고 보면 생활이넉넉지못할것같긴하다.그러나청부유기하는 대가로 1백20만원을 건넸다니 아주 어렵지는 않은것도 같다.어쨌거나 어버이를 부양한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일뿐 빈부와 관계되는 일은 아니다.하건만 시류는 늙고 병든 어버이를「귀찮은 존재」로 여겨나가는 경향이다.초로의 아비는 그 자식에게 「교훈」을 남긴 셈이다.자신 또한 늙고 병들면 할머니처럼 내다버리라는 실천적 수훈이 되었을 터이니까.고려장 있던 시절의 노모와 부자와 지게 얘기를 바로 오늘의 현실에서 보는 씁쓸함이있다.
그 사건이 있은 며칠후 서울에서는 예순아홉살난 아들이 아흔세살된 노모를 목졸라 죽인 사건도 일어났다.『오래 살아 괴롭힌다』가 이유였다.자신도목졸려죽을 짓을 한 셈이다.더구나 이 경우는 오래 못살았다고 할수 없는 늙은이의 짓이어서 더 숨이 막힌다.막돼가는 세상이구나 싶기만 하다.
1993-04-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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